환율·유가·경기침체 삼중고의 영향을 바로 받았다. 그러나 두 회사의 장부상 체감도는 좀 달랐다.
대한항공의 순손실 규모가 아시아나항공보다 9배나 컸다. 두 항공사의 외형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이같은 손실 차이는 상당히 큰 편이다.
9배 차이를 가른 비밀은 바로 항공기 임대에 있었다.
◇양대 항공사 외화환산손만 1.7조원
양대 항공사는 지난 2008년 영업적자에 비해 지나치게 큰 당기순손실을 냈다.
대한항공의 작년 순손실은 영업적자의 20배에 달하는 2조원에 육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작년 순손실도 2271억원으로, 영업적자의 4배나 됐다.
두 항공사가 영업적자에 비해 큰 순손실을 낸 이유는 막대한 외화환산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이 지난 2007년 평균 929원에서 작년 1103원으로 뛴 탓에, 두 항공사는 지난해 약 1조7000억원의 순외화환산손실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매출 2.5배인데 순손실 9배?
단순히 매출 규모로 비교해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순손실 규모는 지나치게 크게 차이났다. 대한항공의 매출 규모는 아시아나의 2.5배인데, 순손실 규모는 9배나 된 것.
지난 2008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대한항공(003490)은 1조957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에 매출 4조원을 기록한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순손실은 대한항공의 12% 수준인 2271억원에 불과했다.
◇비행기 임대한 아시아나, 高환율 난기류 피해
아시아나항공은 해마다 내는 항공기 임차료만 장부에 기입하면 되지만, 대한항공은 할부로 산 비행기 가격을 자산과 부채로 동시에 기입해야 한다.
비행기 한 대의 가격은 크기와 기종에 따라 2000만달러부터 2억2000만달러까지 다양하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구입가격의 15%인 330억원만 연간 임차료로 내면 돼, 부채 부담에서 자유롭다.
실제로 현재 대한항공은 운용하고 있는 항공기 총 124대 중에 68대를 할부로 구입(금융리스)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총 68대 중에 절반 이상이 임대한 운용리스기이다.
◇비행기 할부로 산 대한항공, 영업실적선 유리
이같은 항공기 운용구조 덕분에 당기순손익 측면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유리했지만, 영업손익 측면에서는 대한항공이 더 유리하다.
결국 항공기 임차료는 영업비용으로 나가지만, 대한항공의 할부금은 자산으로 돌아온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봐도 비행기 운용형태가 미치는 영향력을 알 수 있다.
운용리스기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 영업실적에서 대한항공보다 부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4분기에 93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운용리스기 임차료가 전년 동기 650억원에서 작년 4분기 817억원으로 26% 증가한 탓.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항공기 임차료는 15% 증가한 873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이런 이유로 대한항공은 작년 4분기에 226억원 영업흑자를 냈다.
결과적으로 고환율 상황에서 누가 더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고, 라이벌 항공사 모두 힘든 셈이다. 항공업계는 올해 침체된 수요를 되살릴 변수로 유가보다 환율에 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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