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종만 대표, "매너리즘에 빠지면"

  • 등록 2007-05-10 오전 10:00:00

    수정 2007-05-10 오전 10:00:00

[아비코전자(036010) 이종만 대표]  며칠 전 모 그룹 회장이 폭행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서 그 아들도 같은 방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그룹은 최근 회사의 로고도 바꾸고 글로벌 해외 경영를 확대하겠다고 선포한 바도 있고, 중장기 비전 선포식도 가졌다. 이 말은 이제 자신감이 생기고, 가야 할 방향도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아뿔사! 절제를 하지 못한 빗나간 행동이, 그룹 회장의 개인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을 줄이야… 아무 관계도 없는 제3 자는 이 뉴스를 재미로, 궁금거리로 보고 있다. 결국 선대 회장(아버지)께 누가 되어버렸다는 말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바로 이럴 때 노블리스 오블리제 라는 분명한 단어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이야기를 서두로 꺼내는 요점과 목적은 이렇다. 이게 단지 남의 일일까? 우리 가정은? 우리 회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오랜 역경을 헤치고 회사가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다고 싶으면, 자신이 생기고, 다 알고 있는 것 같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던 습관이 줄어들고, 언제나 내가 제일 잘 안다, 내가 옳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면서 매너리즘이 발동을 한다.

사람 그 자체를 보기보다는 실적만 바라보면서 이야기하고, 중장기 비전을 이끌어 내기 보다는 현재에 급급하면서 안일하게 대응을 하고, 끈기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것 대신에 임기 응변으로 과거 경험에 따라서 결론을 내 버리고, “실행하라”는 말에 힘쓰기는 고사하고, 그저 말로만 지시해 버리는 모습들이 이 그룹 총수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비추어진다. 그래도 나는 매너리즘이 없다? 우리 회사는 문제가 없다? 나는 매너리즘을 소극적이고, 안주하려고 하는 생각에서 뿐만 아니라, 지나친 자신감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내가 제일 잘 알고, 내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고 있고, 나로 인하여 우리 기업이 잘 나간다는 생각에서 매너리즘이 생겨난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이에 동의 하시는지…먼저 글에 “한 우물을 판다”는 이야기에도, 어느 주주 분이 그래서야 되겠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런 자세가 바로 매너리즘이 아니냐? 뭔가 변해야 하고, 기존 제품에 더해서 또 다른 아이템에 도전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하지 않은가? 하는 말씀이었다.

우리 회사 역시 자금 걱정을 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좋은 사업 거리가 있다고 해도 신규 투자를 하려면 투자 자금을 염려해야 했다. 그러기에 짚고 또 되짚어 가면서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데만 집중을 했었다. 많은 고민을 했고, 고심 끝에 결정을 하고는 했었다. 이자는 감당할 수 있는가? 투자 비용 회수 기간은 몇 년인가? 도중에 발생할 위험 요인을 없는가? 등등 위험요소 포인트를 체크하면서 판단을 했었다. 고생 끝에 회사를 일으켜 세우고, 비젼을 만들고, 회사 공개를 하는 과정을 통해서 여러 주주도 새롭게 모시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있는 자금을 어디에 쓸 것 인가? 고심을 한다.어떻게 하면 있는 자산, 자본을 이용하여 자산과 가치를 높일까를 궁리한다.회사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을 올릴 방법을 찾고 또 찾는다. 직원을 위해서, 주주를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다시 말해 돈 될 성 싶은 곳을 찾아서 간다. 이것은  긍정요소 포인트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바로 이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름대로 신중하게 생각했다고 하면서도 소홀히 판단 할 수가 있고, 잘 아는 비즈니스도 아니면서, 남의 말에 넘어가 진행할 수도 있고, 그간 고생했으니 이제부터는 회사 이미지 관리도 하고 이런 비즈니스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 무모하게 (그러나 그때는 무모하다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도전할 수도 있다. 여기에 누군가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회사 임원일 수도 있고, 말단 직원일 수도 있고, 거래처 사람일 수도, 물론 주주의 쓴 소리도 필요하리라.

이런 때마다 나는 잘 아는 회사의 모습을 참고하고는 한다. 큰 기업의 협력회사로 오랫동안 지내오면서 전자 업계에서 여러 회사를 보아오고, 같이 헤쳐왔기 때문에 참고 할 만한 회사가 여럿 있어서, 그 회사의 이전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 회사가 발전해가는 진행 과정, 과거 년간 매출 몇 십억에서 지금 천억이 넘을 때까지의 과정, 그리고 위기를 겪을 때 슬기롭게 헤쳐가는 노하우등을 간접 경험 한다. 무리하지도 말고,과욕하지도 말며, 그렇다고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적시 투자에 결단도 해야 하는 입장!

며칠 전 신문 기사에 영국의 BP 회장 브라운이라는 사람이 불명예 퇴진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90년대 허약해진 회사를 회생시키고, 탐사현장을 찾아서 세계를 누비고 다녔던 야전 사령관이던 그가 10여 년을 CEO로 앉아 있으면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해지고, 판단력도 없어진 것이 그 이유라고 본다. 이것이 매너리즘이 아닐까?

우리 CEO칼럼을 쓰시는 필진 여러분이 올리신 글을 읽고 밑줄 좌~악 치면서 하나라도 배우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그 이유다.
 
이종만 사장
<약력>
서울대 및 대학원 졸업
행진개발 주식회사 (1981년~1989년)
아비코전자 주식회사 (1990년~)
아비코전자주식회사
1973년 한일합작으로 시작,저항기 제조
1978년 지분 100% 인수
1989년 칩저항,리드인덕터 제조
1996년 칩인덕터 제조
2002년 코스닥 등록
2004년 파워인덕터 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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