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마담뚜, 90년대 커플매니저… 2000년대에는 컴퓨터?
산업구조와 인구구조가 변하는 가운데 제때 ‘짝’을 만나지 못하는 남녀가 급증하면서 한국에서 ‘맞선 사업’은 인맥 넓은 사람의 개인사업이 아니라 산업으로 성장했다. 알음알음으로 사람을 소개해주던 70·80년대 ‘마담뚜’에 이어 90년대 말부터 맺어주기를 전문으로 하는 ‘커플 매니저’가 급증하더니, 이제는 컴퓨터가 대량의 정보를 분석·가공해 사람과 사람의 결혼을 중매(仲媒)하는 새로운 메신저로 떠올랐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의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이희길 소장은 “컴퓨터의 안목이 커플매니저보다 훨씬 낫다”며 통계치를 내밀었다. “전문가인 커플매니저가 맞선을 주선했을 때 양쪽에서 ‘만나겠다’는 답변을 얻어내 만나게 되는 확률이 평균 12.8%였지만, 컴퓨터를 이용하니 22%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실제 선우에서는 한때 120여명에 달했던 커플매니저 수가 최근에는 50여명 수준으로 줄었다. 맞선시장의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컴퓨터라는 기계가 커플매니저가 하던 일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선우는 이를 ‘하모니 매칭시스템’이라고 명명했다. 지난 1995~2004년 사이 10년간 선우를 거쳐간 남녀 5만여명의 나이, 학력, 직업, 외모, 부모의 학력과 재력 등을 분석, 실제 결혼에 미치는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규 회원들에게 ‘5만명의 평균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객관적 배우자 지수’를 개발한 것. 배우자 지수에 따라 소개 가능한 배우자의 풀이 결정되고, 컴퓨터는 이중 통계적으로 가장 결혼 확률이 높았던 조합을 골라내 배우자감으로 소개해 준다. 이용자는 상대방이 컴퓨터로 골라진 짝인지, 커플매니저가 찾아낸 것인지는 모른다. 그냥 ‘사랑할 수 있는가’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사람을 점수화하는 데 대해 ‘비정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지만, 선우측은 “인간의 느낌을 객관화한 결과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소장은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고정관념을 바꿀 만한 통계적 수치가 나오길 희망했지만 결국 고정관념을 확인하고 말았다”며, “그게 현실”이라고 했다.
중매자가 변하면 짝을 맺어주는 ‘결정적 변수’도 달라질까. 그러나 “남자의 경우 연봉(직업), 여자는 키와 몸무게 등을 조합해 만든 ‘외모지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이들의 설명. 선우 이웅진 대표는 “평균적인 인식은 여전히 ‘남자는 돈, 여자는 외모’라는 데서 별로 벗어나 있지 않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