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브라운관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SDI(06400)가 PDP와 2차전지, 유기EL 등 차세대 주력사업을 뒷받침하는 "캐시카우"역할을 CDT사업부가 해 낼 것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이 회사가 예상하는 CDT사업의 올해 경상이익은 2500억원. 올 회사 전체 8000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경상이익율도 해마다 10~15%선, 올해도 13% 정도는 충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캐시카우로서 손색이 없다는 판단이다.
삼성SDI는 CDT 사업전략의 핵심으로 중국,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 성장시장(이머징 마켓)을 집중공략키로 했다. 또 고부가 완전평면 CDT 비중을 올해 52%에서 2005년까지 95%수준으로, CDT 세계시장 점유율은 올해 34%에서 50%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25일 삼성SDI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중국과 동남아 지역 CDT 판매량이 약 1200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900만개에 비해 약 33%정도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신흥시장 수요증가로 브라운관 라인가동율이 사실상 100%에 육박하고 있다"면서 "적어도 앞으로 3년 동안은 지금처럼 CDT가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와 시장조사기관 등의 추정에 따르면 세계 CDT수요는 올해 8400만개에서 내년 7500만개, 2004년 6700만개, 2005년 5900만개로 계속 내려갈 전망이다.
이에 비해 PC용 모니터에서 CDT를 대체하고 있는 TFT-LCD 수요는 올해 3100만개에서 내년 4400만개, 2004년 5500만개를 거쳐 2005년에는 6800만개로 CDT수요를 앞지를 전망이다.
이는 90년대말 이후 TFT-LCD가 점차 대형화되고 가격이 떨어지면서 앞으로 CDT의 수요감소분을 메워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시장에서는 CDT를 사양산업으로까지 분류하고 있다.
삼성SDI는 그러나 CDT가 TFT-LCD에 비해 여전히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중국과 인도 등 동남아, 중동부 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40억명 이상의 인구가 활동하는 신흥성장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자사를 포함한 세계 3대 메이저 업체의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대규모 수익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쟁력 상실한 업체 사업철수로 시장지배력 "껑충"
우선 삼성SDI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 대만의 중화연관 등 세계 빅3업체의 CDT 시장 점유율이 올해 83%(700만개)에서 내년 90% 수준(6500만개)까지 올라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CPT(TV용 브라운관)를 포함한 브라운관 전체의 빅3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0년 54%에서 올해 63%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의 사업철수와 구조조정 때문에 전체 브라운관 시장규모는 줄어들어도 메이저 업체들은 점유율을 높임으로써 시장수요 감소분을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운관 사업철수는 일본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99년 NEC가 처음 CDT사업을 중단한 이래 지난해 마쓰시다가 사업에서 철수했고, 히타치도 CDT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소니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CDT공장 가동을 멈췄고, 도시바도 일본 내에서의 CDT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브라운관업계 4위와 6위인 마쓰시다와 도시바가 내년 3월에 브라운관 사업을 완전히 통합한다고 밝혔다.
잠재성장성 가진 신흥시장도 널려있다
삼성SDI는 중국,동남아,인도,중남미 등 아직 PC보급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시장에서 인터넷과 PC보급률이 높아지면서 CDT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PC모니터가 당장 TFT-LCD를 채용하기보다는 값싼 CDT를 거쳐 점차 LCD로 이동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 지역에서는 지난해 대비 올해 CDT수요가 20~30%가량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경우 TV보급률은 53%에 달하는데 비해 PC보급률 5%수준, 중동지역은 3%정도에 불과해 앞으로 시장성장성이 높다"며 "인도,중국,브라질 등에서 시장점유율 30~60%, 특히 인도시장에서는 60% 이상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가절감, 제품 차별화로 승부...자체 경쟁력 배가
삼성SDI측은 자사의 원가가 경쟁업체들보다 10%이상 낮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주요 부품의 수직계열화를 들었다. 삼성코닝의 브라운관용 유리와 삼성전기의 DY, 삼성SDI가 자체 제작하는 형광체와 전자총 등이 원가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김순택사장은 "TFT-LCD의 가격인하에 대비해 CDT 원가비용 50% 이상 낮추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진행중"이라며 "생산라인 수를 줄이고 남은 라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즉, 라인당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원가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여기에다 "Q코스트"(품질관련 비용) 개념을 도입, 지난 99년 제품판매가의 9%에 달했던 이 비용을 현재 3분의1인 3%수준까지 낮췄다고 밝혔다.
지난해 6시그마로 생산성을 20% 가량 향상시키면서 2500억원 정도 재무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회사가 자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보다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완전평면 제품의 차별화 전략이다.
메이저 3사 가운데 유일하게 21인치 평면 모니터용 브라운관을 생산하고 있다. 모니터용과 TV용을 겸할 수 있는 MDT(멀티디스플레이 튜브) 등을 내세워 새로운 시장도 선점해 나가고 있다.
평면 CDT 세계 수요는 지난해 2100만대에서 올해 3200만대로 껑충 뛸 전망이다. 2005년에는 5200만대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밖에 공정개선, 물류혁신, 초슬림형 완전평면 디지털TV용 브라운관 등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CDT 경상이익률을 적어도 10%이상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8%에서 올해 34%, 내년 40%로 예상된다"면서 "2005년에는 전세계 5900만대 CDT시장에서 3000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려 50%이상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