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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의 수수료 과당경쟁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일면서 금융당국이 현장 검사에 착수했다. 올들어 메리츠화재가 자사 보험만 파는 GA인 사업가형 점포 외에 기존 GA까지 시책(인센티브)을 상향 조정하면서 다른 손보사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판매실적을 늘리기 위해 GA에 과도한 시책을 주는 영업은 과당 경쟁을 유발하고 초과 사업비 발생으로 결국 고객의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에서 과도한 시책이 발견되면 엄중한 처벌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과도한 수당 현장적발 시 제재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10일 “손보사의 장기보험 사업비 운영 실태와 관련해 내년 본격적 검사가 예정돼 있다”며 “이에 앞서 이달 11일부터 20일까지 메리츠화재와 삼성화재, NH손해보험, AIG손해보험 등 4개사를 대상으로 필요한 자료수집 차원의 예비검사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손보사에 이례적으로 상품·채널별로 판매자에게 돌아가는 시책 내역을 제출토록 요구했다. 앞서 지난달 국내 17개 손보사를 대상으로 장기보험 사업비 전수조사도 진행했다.
전체 손보사를 대상으로 2015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2년 9개월간의 △사업비 내부통제 내규와 절차 및 점검 내역 △장기보험 상품별 사업비 분석 △장기보험 판매유형별 사업비 분석 △대리점 등 모집채널별 수수료 △시책 지급 기준 △모집수수료 지급 및 환수 기준과 관련한 현황 등을 제출받았다.
이러한 수수료 과당경쟁을 부추긴 것은 최근 메리츠화재의 공격적 행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메리츠화재가 자사 보험만 파는 GA인 사업가형 점포를 도입하며 수수료를 올리자 기존 GA들이 메리츠화재 상품 불매에 나섰고 이들에 대한 시책을 동일하게 올렸다.
메리츠화재는 GA 시책을 조정하면서 보장성 보험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8월말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나 급증했다.
GA들은 다른 손보사에 메리츠화재만큼의 시책을 요구했고 결국 경쟁적으로 시책을 올리면서 한때 400%대까지 치솟았다. 현재 메리츠화재가 시책을 200%로 낮추면서 출혈경쟁이 주춤해진 상황이지만 일부 손보사는 높은 시책을 유지하고 있다.
‘10만원 팔면 180만원을’…가짜 계약 횡행
보험사는 GA에 보험 상품을 판 만큼 이에 대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영업을 독려하기 위해 특별수당인 시책을 제공한다.
일종의 인센티브인 시책은 일반적으로 영업에 도움을 주는 판촉물이나 해외여행 특전 등 현물성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에서 공격적인 시책에 나서면서 상품권이나 현금 등 현금성이 크게 늘고 액수도 커졌다. 수수료 400%에 시책 등을 포함하면 최대 1800%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 10만원 보험료를 내는 상품을 팔았다면 18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GA설계사는 본인이 다른 사람인 양 ‘가짜 계약’을 만들어 놓고 인센티브를 받아가거나 가족 등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한 후 시책비를 받아 챙긴 뒤 계약을 해지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는 전속설계사의 계약유지 확인을 위해 ‘13회차 유지율’(보험계약 후 13개월 유지) 등을 수시로 살피지만 판매 계약을 맺은 GA에 대해서는 계약 유지율 확인을 못 하고 있다. GA가 전체 원수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지면서 영업 의존도가 높아지자 주도권을 GA가 쥐었기 때문이다.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1사 전속을 적용받지 않은 보험대리점은 판매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너무 포괄적이어서 계약건별 수수료만이 아니라 건별 분할이 어려운 성과보수 등도 공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