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주택사업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분양 물량을 줄이고 분양 시기도 조절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청약 예정자들은 관심을 뒀던 지역과 단지의 일정 변경 여부를 상시 체크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택시장 침체 불가피…분양 물량 조절 가능성
3일 업계에 따르면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막연히 ‘감’과 ‘경험’만으로 비체계적인 방식의 주먹구구식 위기 관리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위기 관리는 선제적일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며 “사후에 대응하다 보면 시간과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전국에 2만 852가구의 신규 아파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1만 314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이는 지난해 공급한 아파트(1만 5988가구·일반분양 1만 2269가구)에 비해 30%(일반분양분 7%) 정도 늘어난 규모다. 현대건설은 분양성이 좋은 도시정비사업 위주로 공급하기 때문에 분양 결과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이 “연간 목표를 무턱대고 욕심만으로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으로 세운다면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버릴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공급 물량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사장은 “올해는 유례를 찾기 힘든 변화의 해가 될 것”이라며 “매사에 신속하고 기민하게 스피드를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건설업계 CEO들은 시장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주택사업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규 주택사업을 철처한 수익성 분석을 통해 선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주택시장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더욱 치열한 경쟁과 시장의 까다로운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재환 금호건설 사장도 “저성장 기조 속에 주택 경기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며 “국내 정국 불안과 함께 미국·중국을 위시한 대외 변수들의 불확실성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 변화 맞는 마케팅 전략… 상품 경쟁력 차별화
주택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틈새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건설사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올해 주택 경기 침체가 예상되지만 시장 변화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 양호한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식 현대산업개발 사장은 “창의적 생각으로 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광역 도시기획 관점에서 주택·건축·인프라·운영사업의 상호 연계된 배후수요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융합적 개발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사장은 특히 “주택사업은 지역을 세분화해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용도변경 등으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용지를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지역밀착형 사업 개발을 위해 지사 역할을 판매에서 사업 발굴 중심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거점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은 주택 브랜드파워 1위 달성을 위해 부문별 상품 차별화 및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겠다고 강조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공급 물량 감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에서 인기가 검증됐던 곳들은 청약자들이 더 몰릴 수 있다”며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분양가를 철저히 분석하고, 옥석을 가리는 청약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