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날며 촛불 지켜보라" 광화문 광장 누빈 '세월호 고래'

건축가 김영만씨, "희생 아이들, 하늘 날며 촛불 지켜봤으면"
자비 털어 성미산학교 학생들과 일주일 작업
"朴 퇴진 않으면 전국 집회 현장 누빌 것"
  • 등록 2016-12-07 오전 8:00:00

    수정 2016-12-07 오전 8:00:00

건축가 김영만(54)씨 (사진=김영만씨)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수많은 인파 사이로 고래 모형의 대형 풍선이 등장했다. 길이 7m·폭 5m 크기의 파란색 고래 등에는 노란 종이 돛단배가 올려져 있고 꼬리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특수 비닐로 몸통을 만들고 헬륨 188ℓ를 채워 넣어 띄운 풍선 고래의 이름은 ‘세월호 고래’다.

만화가 석정현(40)씨의 일러스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건축가 김영만(54)씨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고래를 타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며 만들었다”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이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잊지 말고 기억하길 바랐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애니메이터를 꿈꿨다는 그는 지인들과 사비를 털어 대형 풍선 고래 제작을 구상했다. 고래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색과 형태, 움직임을 고심했다고 설명했다. 일주일 간 매달려 겨우 완성한 제작 과정에는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학생들의 도움이 컸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은 세월호 희생자 304명(사망 295명·실종 9명)을 상징하는 종이 인형을 만든 뒤 “하늘을 날며 촛불을 지켜보라”고 편지를 썼다.

김씨는 이렇게 만든 ‘세월호 고래’ 풍선을 지난 5차 촛불집회에 선보였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에서 청와대에서 약 200m 떨어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까지 함께 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시민들은 하나둘씩 손에 든 촛불을 켜 들었다. 그 순간 ‘세월호 고래’ 등에 탄 종이 인형들도 촛불을 든 듯 빛났다. 풍선 고래 등 위에 설치한 LED가 빛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 3일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다 인원인 232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한 6차 주말 촛불집회 사전 행진의 맨 앞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한번만 만나달라고 그렇게 사정했는데 청와대 100m 앞까지 오는데 2년 8개월이나 걸렸다”며 눈물을 훔쳤다.

‘세월호 고래’는 탄핵소추안 표결 다음날인 10일 범국민대회 촛불집회 현장에 다시 오를 예정이다. 김씨는 “박 대통령이 끝내 즉각 퇴진을 거부한다면 세월호 고래는 전국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를 모두 누비며 시민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세월호 고래 조형물이 경찰 병력 앞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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