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에 무슨 디자인이냐고요? 천만의 말씀"

[인터뷰]최승일 넥센타이어 제품디자인 팀장
세계 최초 4대 디자인 어워드 석권 "디자인은 우리가 최고"
  • 등록 2015-01-29 오전 8:43:20

    수정 2015-01-29 오전 8:43:20

[양산=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타이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엔 ‘타이어에 디자인이 뭐가 필요하겠나’ 생각했죠. 그런데 와서 보니 기능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할이더라고요.”

최승일 넥센타이어 연구개발본부 제품디자인 팀장(수석연구원)은 “타이어는 재질은 물론 트레드(표면) 패턴에 따라서도 기능이 크게 달라진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속주행을 위한 타이어는 블록을 크고 단단하게, 스노타이어의 블록은 눈을 잡을 수 있도록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타이어 옆면(사이드월)도 오프로드용은 흙을 박차고 나가기 위해 불룩한 사이드 바이트를 추가해야 한다.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브랜드와 용도에 따라 수천 가지의 디자인이 있다.

최승일(왼쪽 두번째) 넥센타이어 연구개발본부 제품디자인 팀장이 김태년(왼쪽 세번째) 주임연구원을 비롯한 팀원과 콘셉트 제품 ‘그린 하이브(Green Hive)’를 살펴보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 운송부문 본상을 받았다. 넥센타이어 제공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뜻깊은 한 해를 보냈다. 타이어 회사 최초로 세계 4대 산업디자인상을 석권하며 ‘디자인 그랜드슬램’에 오른 것이다.

세계 3대 산업디자인상인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 4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일본 G마크 디자인 어워드까지 받았다. 지난 2011년 독일 IF와 미국 굿디자인 어워드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3년 만에 거둔 쾌거다.

최승일 팀장은 “타이어는 색상이 검은 색상에 원형이라는 한계가 있어 디자인을 어필하기 힘들었다”며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번 한걸음씩 새로운 콘셉트에 도전했기에 가능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넥센타이어 디자인팀은 15년 전인 2000년 출범했다. 당시만 해도 현재의 디자인이라는 개념보다는 선진업체를 벤치마킹하는 수준이었다. 최 팀장은 “지난 15년 동안 늘 도전한 결과 디자인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4대 디자인상을 석권한 것은 타이어 회사로서 매우 이루기 어려운 성과”라며 “겉보기뿐 아니라 실제 판매하는 제품의 디자인도 경쟁사보다 더 뛰어나다”고 자신만만해했다.

넥센타이어 디자인 팀은 현재 본사에서 근무하는 9명과 미국 현지 디자이너 1명을 포함해 총 10명이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꾸준한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디자인 인재를 영입한 결과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금도 타이어 디자인 인재 양성을 위해 부산디자인진흥원을 비롯해 동아대, 동서대등의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협업을 통해 만든 제품이 실제 일본 수출용으로도 판매된다.

최근 타이어 디자인 업계 이슈는 표절이다.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의 모방 때문에 골치를 썩인다. 세계 최대 타이어 회사인 일본 브리지스톤은 26일 디자인 특허를 침해한 중국 회사 2곳에 대한 소송에서 이기기도 했다. 그만큼 빈번한 문제다.

넥센타이어도 이를 막기 위해 수백 건의 타이어 의장 디자인권을 출원해 놓고 있다.

그는 “최근 들어선 미국 세마(SEMA)쇼나 독일 에센(ESSEN) 페어 때 많은 타이어 회사가 신제품 대신 기존 제품만 전시한다”며 “중국 회사가 금세 카피(copy)해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국내와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 신모델과 유사품까지 특허출원해 이를 막고자 하지만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승일(왼쪽 네번째) 넥센타이어 연구개발본부 제품디자인 팀장이 김태년(왼쪽 세번째) 주임연구원을 비롯한 팀원과 함께 신제품 디자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제공
지난해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운송부문 본상을 받은 넥센타이어의 콘셉트 제품 ‘그린 하이브(Green Hive)’. 넥센타이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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