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이후 글로벌 증시의 상승 동인은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의 힘이었다. 유동성의 힘이 경기회복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장을 견인했다. 물론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파르지는 않다. 펀더멘털 개선이 더딘 만큼 상승장이 지속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근거가 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봐도 경제 동향을 파악한 후 주가를 읽어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변곡점에서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는 속성이 강하다. “경기가 좋아지니까 조만간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말도 맞지만 “주가가 오르니까 조만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논리도 틀리지 않다는 얘기다.
우리는 지금 대담한 통화 실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번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는 현 시점에서 알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부채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한 각국의 인플레이션 유도 정책이 당분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각국의 느슨한 통화정책이 지속하는 국면은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임에 분명하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미 실적에 대한 기대수준이 낮아졌다. 부진한 4분기 실적이 반영되며, ERR(Earning Revision Ratio)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가 있다. 그만큼 향후 상향 조정 가능성이 높다. 과도하게 하락한 기대수준만 복원해도 주가상승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둘째 수출 개선 가능성이다. 1~2월 수출 증가율은 전년대비 0.6%에 그쳤다. 지난 10년간 평균인 14.6%를 크게 하회하고, 2002년과 2009년 이후 가장 부진했다. 수출 부진은 지난 연말 이후 원화 강세에 따라 한국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서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원화강세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셋째는 정책 기대감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4월에는 국내 거시정책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내수부문에서 투자 부재와 부동산 경기 부진이라는 두 가지 부담을 덜어낼 계기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정책의 효용성 여부는 검증이 필요하지만, 일단 부정적인 심리 개선이 중요하다.
북한이 연일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실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전제 하에서 성장에 대한 베팅이 유효한 3분기까진 여전히 추가 상승에 베팅하기를 권고한다.
오히려 고민의 초점은 숲(코스피 전망)보다 나무(종목선택)에 있다. 지수 높낮이에 대한 논란보다 이미 시작된 랠리에서 수익률 극대화가 당면한 숙제다. 과거 OECD 선행지수 상승 반전구간에서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금융주와 산업재에 대한 비중 확대를 권고한다. 중소형 성장주에 대한 종목찾기도 수익률의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