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금요일` 중동 민주혁명 분수령 맞는다

바레인 계엄령 선포..진압에 軍 투입
18일 각국 대규모 시위 예고
  • 등록 2011-02-18 오전 9:25:57

    수정 2011-02-18 오전 9:25:57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중동 지역을 휘감은 민주화 열기가 식을 줄 모르는 기세다.

거리로 뛰쳐나온 사람들은 그간의 울분을 모두 토해내듯 반정부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고,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과의 충돌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집트에 이어 시민혁명의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한 바레인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17일(현지시간) 바레인 국가안보위원회는 소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시위 진압에 처음으로 투입했다.   
군과 경찰의 합동 진압 과정에서 수백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수도 마나마의 펄 광장에 모인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적어도 4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레인에서는 지난 14일에도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시위대 2명이 사망한 바 있다.

바레인은 1인당 소득이 2만7000달러에 달하는 부국으로, 튀니지와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와 달리 국민의 생활은 여유로운 편이지만 민족 간의 갈등이 문제다. 바레인 전체 인구의 70%는 시아파지만 의회와 정부 등 권력기관은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1971년 이후 40년째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아파의 불만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미국은 이란 등 중동 지역의 적대국 견제 목적으로 현재 바레인에 해군 5함대사령부를 주둔시키고 있는 만큼 혹시라도 시위의 불똥이 튈 것을 염려, 이번 소요 사태를 더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아마르 알 카다피가 무려 42년이나 장기 집권 중인 리비아에서도 시위는 격화되는 모습이다. 리비아 반정부 세력은 이날을 `분노의 날`로 정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주에만 리비아에서 19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예멘에서는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수도 사나에서는 시위대와 친정부 세력 간의 충돌로 지금껏 최소 4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의 반정부 시위는 18일을 기점으로 더 불붙을 전망이다. 이날은 무슬림 예배일을 맞아 바레인과 예멘 등에서 `분노의 금요일`로 명명된 대규모 반정부 집회가 예정돼 있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사퇴 이후 시위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는 이집트에서도 같은 날 시민 혁명을 자축하는 `100만인 승리의 행진`이 예정된 가운데 친 무바라크 세력 역시 근처에서 집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집트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 밖에 지난 14일부터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란에서는 야당 세력들이 정권 탄압을 규탄하는 전국적인 시위를 오는 20일에 열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이날이 시위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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