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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국가별 탄소배출 점수 차등…환경점수 충족해야 보조금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0일 “프랑스는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 산하 영국 브랜드인 ‘MG 모터’의 전기차를 정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미국, 유럽 제조업체들도 아시아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경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구매시 5000~7000유로(약 711만~995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존 제도를 개정하고, 오는 15일 새 제도를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 차종마다 탄소배출량을 반영한 ‘환경 점수’를 산정하고, 이 점수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환경 점수는 생산·조립·운송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지역 또는 국가마다 계수를 정해 계산하는 방식이다. 원자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고, 생산거점과 판매지역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점수가 높아지는 식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에서 생산되는 전기차 대부분은 환경 점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가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델 3’ 역시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과 일본의 전기차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진단이다. 닛케이는 닛산 자동차와 토요타 자동차는 아직 유럽 내 판매 비중이 적지만 수출을 늘리고 있지만,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돼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부 역시 프랑스와 비슷한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 구매시 3000유로(약 426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전체 지원액 중 80%가 수입 전기차에 쓰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유럽 국가들이 보조금 지원 방안을 재검토하게 된 것은 당초 중국산 전기차 때문이다. 독일 조사업체 슈미트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에서 만들어져 유럽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40만대를 넘어서며, 전기차 신차 판매의 약 30%를 차지했다. MG 모터, 비야디(BYD) 등의 전기차뿐 아니라 테슬라, 독일 BMW 등이 중국에서 생산한 차량도 15만대에 달했다.
中 “프랑스엔 공장 안지어” 위협…한국도 WTO에 항의
토요타 자동차는 “운송 거리에서 불리한 (환경 점수) 산출 구조로는 (유럽에서 생산하는 업체들과) 싸울 수 없다”며 유럽 내 내연차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닛산 자동차도 영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총 30억파운드(약 4조 97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0월 말 세계무역기구(WTO)에 프랑스의 보조금 제도 개정안에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환경보호 목적으로 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2024~2027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80만톤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보조금 제도 개정 목적이 보호주의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편 전기차 관련 보호주의 움직임은 서방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산 원자재 및 광물을 사용한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 역시 값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중국 정부의 불공정 보조금 지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닛케이는 “EU의 전기차 정책 전환에서 유럽 제조업체들의 역내 점유율 확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EU의 대(對)중 무역적자는 지난해 4000억유로까지 부풀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EU 입장에서 역내 생산능력 강화는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등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