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게임 장소가 집이라면 상황이 좀 다르다. 꼭 헤드셋을 껴야 할 정도로 주변이 시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으로 ‘집중’과 ‘소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굳이 무거운 데다 머리를 조여 갑갑함을 유발하는 헤드셋을 낄 이유가 없다. LG전자의 첫 게이밍 스피커 ‘GP9’은 이러한 배경에서 탄생했다. FPS와 실시간 전략게임 등 장르별로 특화된 사운드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마이크가 내장된 스피커는 시끄러운 게임 소리를 쏟아내는 중에도 내 목소리만 뽑아내 같은 팀원에게 선명하게 전달하는 ‘소통’까지 해결해준다.
전쟁에도 내 목소리만 선명하게 전달…화상회의서도 유용
며칠간 다양한 방법으로 GP9을 이용해봤다. 제품을 개봉했을 때 첫인상은 ‘강하다’였다. 가로로 길쭉한 형태지만 그 길이가 40cm가 안 돼 모니터 앞 등 책상에 두기 적당했다. 전반적으로 검은색에 단단해 보이는 외관에 전면부엔 빗살 모양의 디자인이 들어갔으며, 가운데엔 LG전자의 게이밍브랜드인 ‘울트라기어’ 마크가 새겨져 강한 인상을 더했다. 작동 시 뿜어져 나오는 빨간 불빛은 다소 부담스러웠으나 별도 앱을 다운받으면 다양한 색깔로 쉽게 바꿀 수 있어 좋았다. 상단엔 전원버튼과 함께 블루투스·USB 등 제품 연결을 위한 버튼, 음향·마이크 기능과 관련된 버튼이 배치됐다. 뒷면엔 각종 연결 포트가 있다.
버튼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가운데서 홀로 볼록하게 튀어나온 버튼이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 이 버튼을 누르면 마이크 작동이 활성화 된다. 버튼을 둘러싼 다이얼을 돌리면 스피커 음량 조절도 가능하다.
‘마이크’ 기능은 GP9만의 비장의 무기다. 물론 마이크가 내장된 스피커는 타사 제품 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LG전자만의 ‘클리어 보이스 채팅’ 기능이다. 아무래도 게임 중 스피커에 내장된 마이크를 통해 소통하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시끄러운 게임 소리와 내 목소리가 뒤섞일 수밖에 없다. 헤드셋 마이크와 달리 입과 마이크의 거리가 다소 떨어져 있으며 주변 소음에 취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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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커 제품의 본질인 ‘사운드’ 성능은 어떨까. 우선 기본적으로 독자 개발한 3D 게이밍 사운드 기술을 탑재해 게임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의 방향과 크기를 분리한 후 실제 사용자 주변에서 나는 것처럼 입체감 있게 전달해 몰입도를 더 높인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먼저 FPS 모드를 테스트 하기 위해 ‘더 디비전2’이라는 게임을 플레이했다. FPS 모드는 가상의 7.1채널 입체 음향을 구현해 상대방의 발소리나 총소리가 나는 위치를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제품 상단의 FPS 버튼만 눌러주면 곧바로 기능이 활성화된다. RTS(실시간전략게임) 모드와 번갈아 눌러가며 비교해본 결과 FPS 모드에선 소리의 묵직함·웅장함보단 선명함이 극대화 되는 느낌이었다. 공간감을 잘 표현해 헤드폰을 끼지 않고도 총성이나 발자국의 방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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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이라면 음량을 많이 키워야 이러한 음향이 더욱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헤드셋은 귀를 막아 외부 소음을 억제시키지만 스피커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창문을 닫고 음향을 최대한 키운다면 헤드셋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운드가 귀를 즐겁게 한다. 다른 방법도 있다. 스피커의 AUX 단자에 보급형 헤드셋을 연결해도 고급 음향을 즐길 수 있다. DTS 사의 입체 사운드 기술인 ‘DTS Headphone: X’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가족들 때문에 음향 크기를 키우지 못한다면 이 방법을 택하면 된다.
‘게이밍 스피커’이긴 하지만 54만9000원이라는 낮지 않은 가격에 게임용으로만 쓰긴 아까울 것 같아 음악용 블루투스 스피커로도 활용했는데 충분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뽐냈다. 앱을 통해 이퀄라이저(EQ) 설정이 가능한 데다 주로 고급 오디오에 적용되는 하이파이 쿼드덱(Hi-Fi Quad DAC)이 탑재돼 현재 보유 중인 비슷한 가격대의 일반 블루투스 스피커보다 오히려 나았다. 게임스러운(?) 외관에 피크닉용으로 쓰기엔 다소 부담스럽지만 최장 5시간 동안 사용 가능한 내장 배터리를 탑재해 휴대하기 편리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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