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공지유 정병묵 기자] 개천절인 3일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예고한 서울 광화문, 을지로 일대에서 산발적인 ‘1인 시위’가 이뤄지고 있다. 경찰과 방역 당국이 9인 이하 모임을 금지했고 지침을 어길 시 현장 체포 등 강력 조치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정부의 집회 금지 조치에 거세게 항의하며 지난 8월 광화문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 3일 광화문 일대에 경찰들이 모여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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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찰은 광화문∼서울시청 구간 세종대로 주변에 차벽과 광화문 광장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 대규모 집회를 원천 차단했다. 광화문 광장은 현재 도보 이동이 불가능하다. 경찰은 이날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도심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경비경찰 21개 중대와 교통경찰·지역경찰 등 800여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 중이다.
서울 지하철은 이날 오전 9시 10분부터 5호선 광화문역을, 9시 30분부턴 1·2호선 시청역과 3호선 경복궁역을 무정차 통과 중이다.
집회를 하려면 현재 10인 미만 기자회견 방식의 집회만 가능한 상황이다.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아 사전 신고 없이 집회 금지구역에서도 할 수 있으며 금지통고 대상이 아니다.
이날 오전까지 한산했던 광화문 일대는 정오께 사람들이 차츰 모여들었다. 현재 진입이 불가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으로 가겠다며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는 이들도 있었다.
전북 익산에서 온 70대 교회 신도 박지열씨는 “KTX를 타고 매주 주말마다 광화문에 와 집회를 내려와 집회에 참여했고 오늘도 평소처럼 온 것”이라며 “교회 단위로 집회를 참석했는데 다른 신도들도 오늘 한명씩 나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코로나 때문에 (시위를) 막는다고 하는데 코로나는 가짜라는 게 이미 판명났다”며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매주 시위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1인 시위를 하려는 A씨는 “오늘이 개천절이라 태극기를 들고 시내로 나온 것뿐”이라며 “나라가 건국된 날이 개천절이라 태극기를 들고 나왔다”고 언급했다.
| 3일 광화문에서 한 시민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공지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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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는 광화문 광장 진입이 막히자 서울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 도로에는 1인 시위를 하겠다는 유튜버와 시민들 10여명이 몰렸다. 이들은 시위의 자유를 왜 제한하지 말라며 경찰에게 항의했다.
B(70)씨는 “나이 70에 가슴이 답답해서 나왔다. 여럿이 모이는 것도 아니고 한 명씩 각자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왜 못하게 하느냐”라며 “북한에서 총살당한 국민이 얼마나 불쌍한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나왔다”고 외쳤다.
B씨는 “코로나보다 자살하거나 폐렴으로 죽는 노인들이 훨씬 많다”며 “광복절 집회 집회 끝나고 사람들끼리 모여서 밥도 먹었는데 (코로나에) 걸린 사람 아무도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C씨는 “방역을 이유로 정치적 탄압을 하고 있다. 전철을 타고 왔는데, 광화문역에서 서질 않던데 이런 게 다 정치적인 행동”이라며 “6·25 참전도 할 정도로 나이가 있는데 시위를 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나라를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광화문 인근에서 장사를 한다는 한 상인은 1인 시위자에게 “지금 당신들 때문에 광화문 인근 상인들이 다 힘들어 죽으려고 한다”며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