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청마의 해가 밝았다.."간절곶에 해떠야 새해 시작"

대한민국 육지에서 신년 일출이 가장빠른 곳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 해맞이 행사 12만명 모여 성황
지난해 보다 4만여명 더 몰려 떡국 1만명분 금세 동나
  • 등록 2014-01-01 오전 11:23:03

    수정 2014-01-01 오후 2:41:40

1일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에서 새해 첫 태양이 수평선과 소망우체통 너머로 뜨고 있다. 이날 간절곶 해맞이 행사에는 12만여명의 인파가 몰려 새해 소망을 기원했다.
[울산=글·사진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여가 해가 젤 날래(빨리) 뜬다 아입니까?”

새벽 6시, 울산시 남구에서 가족들과 함께 온 김영수(55)씨는 간절곶에 온 이유를 묻자 오히려 되물었다. 김씨는 2014년 갑오년 새해 첫 일출을 보러 간절곶에 모인 12만명의 인파 중에 한 명이다. 동경 129도 21분 50초, 북위 35도 21분 20초에 위치한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은 대한민국의 육지에서 새해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다. 간절곶이 해가 가장 빨리 뜨는 곳으로 인정받기까지는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다. 간절곶보다 경도상 동쪽에 자리잡은 호미곶 때문이다.

호미곶(동경 129도 24분 3초, 북위 36도 4분 5초)은 대한민국의 육지에서 동쪽으로 가장 튀어나온 곳으로 2000년 새천년 해맞이가 열려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울산시와 울주군이 새해 일출은 간절곶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덕에 신년 해맞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새해맞이 명소로 등극했다.

한국천문과학원에 따르면 1월 1일 일출에 있어서만큼은 간절곶이 호미곶보다 1분 정도 빠르다. 한겨울인 새해 첫날은 태양이 지구의 북반구가 아닌 남반구 쪽에 비쳐 위도상 호미곶보다 남쪽인 간절곶에서 더 빨리 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한 인파는 지난 31일 밤부터 몰려들기 시작했다. 경찰은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31일부터 간절곶을 지나는 31번 국도의 갓길 주정차를 통제하고 간절곶 주차장의 개인 승용차 출입도 막았다. 간절곳 일대 국도의 혼잡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울산시에서는 지난 31일 오후 3시부터 1일 오전 10시까지 간절곳 해돋이 행사장을 순환하는 셔틀버스 160대를 무료로 운영했다.

오전 7시께 간절곶 해맞이 행사장은 인파로 가득 찼다. 한겨울 추위에 대비해 핫팩 등을 팔던 노점상들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이날 울산지역 아침 최저기온이 영상 0도로 예년보다 따뜻했고, 초속 3~5m로 불 것으로 예상됐던 바닷바람도 잔잔했기 때문이다.

일출 시간이 다가오자 시민들은 저마다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 자세를 취하는 등 올해 첫 태양을 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경주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이진희씨(여 27)는 “일출 사진을 빨리 찍어 부모님께 스마트폰으로 보내드리려 한다”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데 올해 꼭 합격 소식을 가족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1일 울산시 울주군 간절곶에서 열린 해맞이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청마상 너머로 떠오르는 새해 첫 태양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오전 7시31분 25초 일출 행사장 무대에서 새해 일출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끝났지만, 해는 해무와 구름에 가려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아쉬워하는 탄식이 들렸다. 그러나 약 5분이 지난 후 조금씩 밝아지던 동쪽 수평선 위로 손톱 크기 만큼의 해가 얼굴을 내밀더니 이내 새해 첫 태양이 수평선 위로 떠올랐다. 환호성과 함께 카메라 셔터 소리가 동시에 터졌다. 올해로 스물네 살이 된 말띠 청년 박용수(울산)씨는 “새해는 우리 모두가 말처럼 신나게 질주하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맞이 행사가 끝난 후 울산시에서 마련한 떡국 1만 인분은 금새 동났다. 울산시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해 지난해보다 4만여명이 더 간절곶 해맞이 행사장을 찾았다”며 “간절곶에서 해가 떠야 한반도에 새벽이 온다는 말처럼 전국 최고의 해맞이 행사가 되도록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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