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재정위기로 신음하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유로존이 이미 `마일드 리세션(mild recession. 약한 경기 침체기)`에 진입했다고 인정했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EC는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이 -0.3%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작년 11월에 내놓은 전망치인 0.5%보다 하향 조정된 것. EC의 예상대로라면 유로존은 연간 기준으로 2009년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EC는 작년부터 나타난 성장률 하락 추세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유로존은 이미 약한 경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다만 급격한 성장 둔화는 없을 것이며 하반기부터 미약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진 것은 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의 영향이 크다. 그리스는 올해 -4.4%의 성장률로, 5년 연속 경기 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고,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도 각각 -3.3%, -1.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우량국가로 간주되는 네덜란드의 성장도 부진할 전망이다.
그나마 유로존 양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0.6%와 0.4%의 성장률을 기록, 더 심각한 경기 침체는 막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은 완만하고 일시적인 침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회복의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요의 일시적 저하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렌 위원은 또 유럽 국가들이 신용 추락은 피하게 됐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긴축정책에 따른 내수 위축과 높은 실업률 등으로 인해 기업과 소비자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