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매매와 각종 사모펀드 투자·자문 등을 통해 쏠쏠한 수익을 누렸던 미국 은행들로서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고, 일부는 규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방안 모색에 분주할 전망이다.
미국의 규제 강화로 대륙 건너편 유럽 은행들의 반사익이 기대되고 있지만 은행 규제 강화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던 영국을 비롯, 유럽 당국들의 행보는 변수다.
◇ 골드만삭스 등 IB 비중 큰 은행 타격 클 전망
자기매매나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 관련 투자·자문은 투자은행(IB) 부문의 주요 업무다. 이번 규제의 취지 역시 은행들이 상업은행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 IB 부문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영위한 것에 대한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직접적으로 담겼다.
이에 따라 상업은행 지위에서 IB쪽 매출이 큰 은행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고, 가장 큰 파장이 예상되는 곳으로 골드만삭스가 지목된다. 골드만삭스의 자기매매 매출 비중은 지난 해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했다. 지난 해 매출이 450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약 45억달러를 자기매매를 통해 벌어들인 셈이다.
또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자기매매 부문은 다른 사업보다 이익 마진이 상당히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다른 사업부문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분기별 실적 상으로는 최대 20%까지 비중이 높아진다.
다만 헤지펀드나 사모펀드 사업에 대한 제한이 변수다. JP모간은 360억달러 규모로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헤지펀드 사업을 운용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골드만삭스도 210억달러 선으로 6번째로 큰 규모다. 이들 은행들의 경우 연간 운용 수수료가 적게는 매출 비중의 2%에서 최대 20%까지 차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 운용의 지난해 헤지펀드 수수료 수익은 1억3700만달러였고 지난 2008년에는 2억31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사모펀드 사업까지 운용하고 있다.
◇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골드만에 손해없다" 분석도
그러나 이번 규제가 골드만삭스와 같은 IB 중심은행에 무조건 재앙인 것만은 아니다. 골드만삭스는 자기매매 제한을 피하기 위해 자체적인 헤지펀드 설립을 통해 외부 투자자금을 조달,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사업 부문으로 이익을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는 지난 2007년말 60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설립한 전력이 있다.
또 결과적으로는 골드만삭스가 이번 규제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규모 예금을 기반으로 한 은행들이 그동안 자기매매에서 특별한 수혜를 누린 만큼 그렇지 못한 골드만삭스로서는 득이라는 분석이다.
로치데일 증권의 딕 보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대형 은행들이 예금을 활용할 수 없게 된다면 운동장은 골드만삭스와 같은 은행들의 차지"라고 말했다.
이밖에 골드만삭스 등은 금융지주사 지위 포기를 통해 규제의 굴레에서 간단히 벗어날 수도 있다. 다만, 데이비드 비니아르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 콜에서 "이같은 방법이 선택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 유럽은행들 수혜 예상 속 영국 등 유럽당국 행보 주목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유럽 은행들로서는 미국 은행 규제로 일단 수혜가 예상된다. 2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규제로 크레디트스위스와 UBS, 도이체방크, 바클레이즈와 같은 유럽 주요 은행들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규제가 자기자본 운영을 하는 미국 내 외국계은행 역시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유럽 은행들의 자기매매 매출 비중은 1~2%선으로 상당히 적은 편이며, 일부 은행들은 월가에서 런던이나 유럽으로 자기매매 영업을 전환하면서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들은 향후 수일안에 유럽은행들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자기매매 사업부문을 재배치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들 은행들이 100%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최근 은행 보너스 규제에서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한 영국을 비롯, 독일 등 주요 유럽 규제당국도 미국의 행보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이날 영국 보수야당 예비내각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조치를 환영한다"며 "우리가 고려 중인 것과 매우 많이 일치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