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소 27조원 이상의 ‘실탄’은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에 10조원, 증권시장안정펀드에 10조원을 마련하고, 여기에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용 채권담보부증권(P-CBO) 프로그램(6조7000억원)을 합치면 27조원 가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채권안정펀드는 상황에 따라 증액이 가능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증안펀드 역시 애초 5조원 안팎이 거론됐으나 코스피가 최근 한달 새 30% 넘게 급락하는 등 불안한 조짐을 이어가자 10조원 넘는 수준으로 조성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은 23일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는 대담한 자금시장 안정화 대책을 공개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여기에 최근 불안 조짐을 보이는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방안도 추가됐다. 콜과 환매조건부채권(RP),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를 포함해 이 시장의 금리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최전선인 단기자금시장의 신용 경색을 막아보겠다는 뜻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채안펀드 자금으로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급격하게 경색된 CP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는 취지다. 그는 “(기업이)채권발행이 안 되면 CP를 찍는데, 이게 구분되지 않는다”며 “(채안펀드 운용을)융통성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채권안정펀드의 구조도 확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8년 당시엔 채권안정펀드가 AA급 이상의 회사채를 매입, 우량채의 유통물량을 소화하며 스프레드 축소를 이끌었다. 당시엔 AA- 3년물 금리가 9%에 달했다. 우량채 금리까지 급등해 채권안정펀드로 우량채만 매입해도 시장의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같은 등급의 회사채의 금리가 1.7%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의 환경이 달라졌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시엔 금리가 상승해 기업 조달비용이 문제가 됐으나 지금은 기업 펀더멘털이 문제로 금리가 급등하고, 스프레드가 확대되며 유동성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선별적인 핀셋처방이 필요한 만큼 등급 제한을 할 게 아니라 구조를 다르게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채권안정펀드에 여러 개 하위펀드를 만들어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여신금융전문회사채, 항공사 채권 등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신용보증기금 등이 신용보강을 해 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등급으로 구조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증권안정펀드 역시 규모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10조원 규모의 증권안정펀드가 조성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폭락장에서 하루 수천억원 이상 팔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겨우 보름가량 버틸 수 있는 규모다. 심리가 얼어붙으며 투매가 계속되면 금방 바닥날 수 있다.
그러나 증권안정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주가가 더 급락하면 금융기관의 자본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 이후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되는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은이 발권력으로 확실히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한은은 이날 증권사를 비롯한 비은행기관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증권업계는 매입 대상이 제한돼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CP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넘친다. 이에 대해 한은은 CP나 회사채 등 위험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과감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이 사모로 발행하는 회사채를 산업은행 등이 인수해 차환 리스크를 줄여주는 것을 말한다. 집중 지원 대상으로는 항공, 관광, 유통 등 코로나19 취약 업종이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