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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임소이(29)씨는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는 이모티콘을 선호한다. 유행어를 썼거나 너무 유명한 캐릭터는 일부러 피한다. 때로는 나 자신을 모델로 이모티콘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욕심이 나곤 한다. 임씨는 “이모티콘은 나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나인 만큼 캐릭터가 분명한 게 좋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모바일 이모티콘 전성시대다. 가로세로 360픽셀(px), 2메가바이트(mb)도 되지 않은 작은 그림이 새로운 감정언어로 자리를 잡고 있다. 텍스트를 보완하는 기능에 그쳤던 때는 지났다.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른바 ‘이모티코니스트’들은 “이모티콘 없이는 메신저 대화가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카카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모티콘 누적 구매자는 2012년 280만 명에서 지난해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수치상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중 절반 가량이 카카오톡에서 이모티콘을 구매해봤다는 의미다. 월 평균 이모티콘 발신량은 22억 건에 달한다. 2011년 11월 여섯 개로 시작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현재 6500여 개로 늘었다. 국내 온라인 이모티콘 시장은 매해 40$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 약 1000억 원 규모까지 커졌다.
이모티콘의 장점은 빠르고 간편한 감정 전달이다. 열 마디 말보다 효과적인 게 이모티콘 하나일 수 있다.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 딱딱한 문자에 이모티콘을 더해 친근함을 준다. 때로는 대화에 쉼표를 주거나 웃음을 유발한다. 평소에 하기 어려운 자극적인 말을 대신해주는 이모티콘도 있다.
비교적 부담이 없는 1000~2000원에 새 이모티콘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도움이 됐다. 곽 교수는 “한두 가지 이모티콘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데다 새로운 표현방식을 쓴다는 자기과시욕이 어우러져 시장의 성장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모바일 메신저에서의 이모티콘 활용이 늘자 지자체 및 공공기관, 기업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배포해 도시 및 기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소통한다는 이미지를 준다. 기관을 대표하는 캐릭터에 감정을 덧씌우거나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나 주요 장소 혹은 특산물을 의인화한다. 지난해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공개된 수호랑과 반다비 이모티콘은 무료 배포 6시간 만에 10만 건이 다운로드 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꼼꼼한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 구성이 필요한 웹툰과 달리 이모티코니스트를 사로잡을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것도 문턱을 낮추는 요소다. 카카오톡을 비롯해 라인 등 주요 메신저 서비스들이 비교적 이모티콘 판매 등록을 간편하게 해 승인만 된다면 취미로 그렸거나 반려견 혹은 반려묘로 만든 이모티콘으로도 수익을 낸다는 장점이 있다.
이모티콘 업계 종사자들은 시장의 성장을 환영하면서도 특정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력이 큰 것을 우려했다. 한 관계자는 “누구나 이모티콘을 만들고 제안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플랫폼의 결정에 수익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전업 이모티콘 작가의 경우 플랫폼의 승인 여부가 생계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좀 더 투명한 심사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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