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2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차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두 나라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을 재개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 지난해 2월 만기가 만료된 통화 스와프를 1년 6개월 만에 다시 체결하기로 한 것이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2001년 7월 협정 체결 이후 약 14년 동안 유지되다가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작년 초 중단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에 한일 통화 스와프 논의 재개를 먼저 제안한 것이 한국이라는 점이다. 스와프 재개는 애초 두 나라가 이번 회의 직전 주고받은 공식 의제에는 빠져 있었다. 그러나 한일 장관 양자 면담에서 유 부총리가 이 사안을 직접 언급하면서 ‘깜짝’ 합의로 이어졌다. 유 부총리는 “한국이 통화 스와프 논의를 제안했고 일본이 동의해 논의를 시작하게 된 것”이라며 “통화 스와프는 여러 나라와 많이 할수록 경제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으므로 정부는 계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고,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과 피셔 부총재 등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 등도 고려했다”고 귀띔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심포지엄에서 “최근 몇 개월 동안 금리를 인상할 여건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높은 외환 보유고 등을 고려할 때 당장 한일 통화 스와프를 재개할 필요성이 크지 않은 만큼, 이번 결정을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정치적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뒤집어 말하면 이번 한일 통화 스와프 재개가 가뜩이나 차가워진 중국과의 관계를 한층 냉랭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이번에 통화 맞교환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 2010년 2월 종료된 한미 통화 스와프 재추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 부총리도 앞서 올해 2월 27일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중국 상하이에서 머무르는 동안 “한미 통화 스와프는 다시 체결하는 게 맞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의미가 있다. 필요한 시점이 되면 (미국에) 논의하자고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 추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 “그 방향이 맞는다고 보고 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