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왜 엑슨모빌을 샀나..타깃은 석유 아닌 亞시장

엑슨모빌 주식 4조원 매집..2년만에 최대규모
저평가된 대형주..亞시장 성장성에 베팅한듯
  • 등록 2013-11-17 오후 2:33:07

    수정 2013-11-17 오후 3:14:24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오마하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IBM과 하인즈 이후 선택한 ‘코끼리(버핏이 대규모 투자기업을 은유적으로 일컫는 말)’는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엑슨모빌이었다.

◇ 엑슨모빌, 저평가된 대형주긴 한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제출한 대규모 지분공시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 9월말 현재 엑슨모빌 주식을 4100만주 보유하고 있다. 이는 3분기중 엑슨모빌의 평균 주가를 감안하면 37억달러(약 3조9400억원)에 이르는 투자 규모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요 투자 포트폴리오(단위: 백만달러, %)
이는 버크셔가 지난 2011년 IBM 주식을 100억달러 이상 매집한 이후 단일 기업으로는 2년여만에 최대 규모의 투자인 셈이다.

이같은 버핏의 엑슨모빌 투자는 자신이 사업보고서에서 매번 언급하고 있는 투자의 제1원칙 “가치가 저평가돼 있는 덩치 큰 기업에 투자한다”는데 부합한다. 그는 이런 장기 가치투자 원칙을 지키며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졌던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적극적 투자로 5년간 100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실제 엑슨모빌은 올들어 3% 상승하는데 그쳐 26% 오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대비 크게 부진한 상태다. 반면 버핏이 투자하고 있는 선코에너지와 코너코필립스는 같은 기간 각각 15%, 20%나 상승했다.

특히 석유산업은 버핏이 가장 잘 아는 업종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03년 중국 페트로차이나 주식을 4억8800만달러 어치 사들였고 2009년에는 코너코필립스와 선코에너지 주식을 매집했다.

데이빗 카스 메릴랜드대학 로버트 H. 스미스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버핏 기준으로 보면 엑슨모빌은 아주 저평가된 기업으로 현재 시장에서 외면 당하고 있는 상태”라며 “버핏은 엑슨모빌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석했다.

◇ “버핏이 노린 것은 석유 아닌 亞시장”

그러나 엑슨모빌이 저평가된 덩치 큰 기업이지만 최근 주식시장에서 철저하게 소외됐을 정도로 실적 악화와 설비투자 위축 등으로 성장성에 의문부호가 달렸다는 점에서 가치투자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실제 버핏은 2003년 페트로차이나에 투자해 4년만에 800% 이상 수익을 내며 지분 대부분을 처분했지만, 코너코필립스에 대한 투자는 아직도 손실을 보고 있다. 버핏은 나중에 “유가가 꼭지점에 이른 상황에서 중요한 투자 실수를 범했다”며 코너코필립스 투자를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같은 버핏의 투자 결정이 사실은 석유시장이 아니라 아시아시장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최근 버핏이 대규모로 주식을 사들인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면 화학업체 루브리졸과 식품업체 하인즈, 코너코필립스, 선코에너지, 철도업체 버리언 노던 산타페 레일웨이 등이 성장의 대부분을 아시아시장에서 얻고 있다.

버핏은 지난 2011년 그 해 첫 여행지로 인도를 선택한 뒤 현지에서 영국 B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시아 시장 성장성에 대해 아주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중국과 인도, 한국 등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엑슨모빌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향후 아시아 석유 수요 증가에서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6월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강연에서 “셰일가스 혁명으로 북미시장의 원유 수입이 감소해 이제 글로벌 산유국의 관심은 아시아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며 향후 중국과 인도 등에서의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초 발표된 ‘에너지 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앞으로 30년간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주요 원유 소비국이 될 것이며 2030년쯤에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동지역에서도 소비량이 유럽연합(EU)을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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