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도에서 호텔, 그리고 펜션… 숙박의 진화
1980년대엔 대규모 인원이 부담 없이 묵을 수 있는, 주방 딸린 콘도가 가장 '잘 나가는' 숙박 형태로 꼽혔다. 회원권 있는 친구나 친척을 따라 10여명이 몰려가 콘도에서 흥겨운 밤을 보내고 오면 주변에 자랑하기 바쁠 정도였다. 그러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콘도들은 삼겹살 연기 같은 '사용 흔적'으로 쉽게 낡아갔다. 한국콘도처럼 운영 주체의 부도로 방치되는 곳도 늘면서 콘도의 인기는 시들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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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엔 호텔로 몰려갔다. 수준있는 서비스와 최고급 레스토랑으로 무장한 5성급 호텔들이 '패키지' 상품을 쏟아냈다. 휴가는 해외에서 보내고 주말에 친구들과 '호텔 패키지'를 이용하는 게 잘 나가는 젊은이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졌다.
2000년 들어서는 펜션이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웰빙 열풍'이 본격화되면서 독특한 외관과 가족같이 친밀한 펜션 주인의 서비스를 앞세운 시골 펜션이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숙박료는 호텔과 맞먹는데도 서비스는 거기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 적잖이 튀어 나왔다. 볼거리보다 제대로, 폼나게 쉬는 걸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급부상한 것이 리조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레저백서 2008'은 리조트를 '일정 규모의 지역에 레크리에이션·스포츠·상업·문화·숙박 등을 위한 시설들이 복합적으로 갖춰져 있는 종합휴양지'라고 정의한다. 호텔, 리조트의 분류가 법적인 정의는 아니지만, 호텔이 '잠자리'를 책임진다면 리조트는 '여행지에서의 24시간'을 책임진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다양한 시설을 집약적으로 갖춘 곳이 강점을 갖는다"며 "식당가나 백화점을 끼고 있어야 극장 장사가 잘 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했다. 최근 문 연 리조트들은 스키장·골프장 등 고전적인 레저 시설 외에 해양 레포츠 센터나 리조트 전용 해변, 스쿠버 다이빙 강습 등 다양한 '놀거리'를 제공한다.
곤지암리조트 마케팅부 이동원 대리는 "요즘 여행객들은 '최대한 많은 보고 오자'라기보다 '한번 놀러 가더라도 최대한 편하게 지내고 오자'는 식으로 '시간의 품질'을 중시하는 듯하다"고 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올해 5월 발표한 '2007 국민여행실태조사'에 따르면 '명소를 방문하는 것보다 리조트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여행이 더 좋다'고 답한 이들이 53.2%에 달했다.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리조트의 또 다른 조건은 '어린이 프로그램의 강화'다. 도쿄인들이 꼽는 인기 리조트인 일본 야마나시켄 '리조나레(RISONARE) 리조트'의 사쿠라이 준 총지배인은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은 아이로부터 자유로워야 진정한 휴식을 얻을 수 있다"며 "어린이 프로그램 강화가 우리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라고 했다. 중국 하이난 켐핀스키 리조트는 최근 영어에 능통한 중국인이 운영하는 '어린이 중국어 교실'까지 시작했다.
한국 리조트가 갖는 한계는 결국 '규모의 경제'로 귀결된다. 최근 문 연 한 리조트 직원은 "해양레포츠와 요가, 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직원들을 계속 둘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해외 리조트처럼 해외 숙박객까지 끌어 들이지 못한다면, 리조트들이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 금액을 회수하지 못할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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