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감기… 그러나 더 지독한…

  • 등록 2007-08-24 오후 12:00:00

    수정 2007-08-24 오후 12:00:00

▲ 감기로 오해하기 쉬운 질환으로 자칫 건강을 잃을 수 있다. 레이저 치료기로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고 있는 어린이. 함소아한의원 제공
[한국일보 제공] 엊그제까지만 해도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더웠는데, 벌써 처서(處暑)가 지났다.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다. 이런 환절기에는 누구나 가벼운 감기로 고생하기 마련이다. 일교차 변화에 적응력이 생기기 전에는 면역체계가 적절히 반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콧물, 기침, 고열 등의 증세가 보이면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사먹고 일찍 귀가해 잠을 청하게 마련이다.

감기라면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 만으로도 1주일 안에 차도를 볼 수 있다. 그래서 ‘감기약을 먹으면 1주일 만에 낫고 감기약을 안 먹으면 7일 만에 낫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감기를 가장해 나타나는 만성질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감기로 착각하고 방치하다가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적지않다. 감기로 오해하기 쉬운 대표적 질환들을 알아본다.

■ 맑은 콧물에 갑작스러운 재채기 연발 - 알레르기 비염

감기로 오해하기 쉬운 대표적인 질환은 알레르기 비염. 감기처럼 재채기와 코막힘, 기침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2차적으로 염증이 생기면 몸살 감기처럼 열이 나며, 근육통이 오는 경우도 있어 더욱 혼동하기 쉽다. 특히 갑작스럽게 터지는 재채기와 맑은 콧물은 알레르기 비염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알레르기 비염이 감기와 다른 점은 눈이 가렵고 붓고 충혈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맑은 콧물이 나다가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하는 것도 감기와 구별된다. 또 감기는 1주일 정도면 호전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고 지속된다.

알레르기 비염이란 예민한 코 점막이 콧속으로 들어오는 이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해 일어나는 증상으로, 단번에 완치하기는 어렵다. 우선 원인이 되는 물질(항원)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며 원인을 알았으면 이를 피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을 가라앉히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항히스타민제, 점막수축제, 스테로이드제제 등의 약물 요법이다.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증, 재채기, 과다한 콧물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데 최근에는 콧속에 국소적으로 뿌리는 스프레이 형태로도 사용된다.
알레르기 비염으로 인한 가장 큰 고통은 무엇보다도 코 막힘인데, 이는 코블레이터를 이용한 수술로 치료하는 게 적합하다. 코블레이터는 저온의 고주파를 이용한 수술기구로 예민해진 콧속 점막을 굳은살로 만들어 코 막힘을 없애주는 방법이다.

■ 열이 높고 호흡곤란 - 폐렴

기침과 가래가 나오고 몸이 춥고 떨리면서 열이 나면 몸살감기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38.3도 이상의 고열과 가슴통증, 호흡곤란 증세까지 나타나면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호흡이 빨라지는지를 관찰해볼 필요가 있다. 정상인은 1분에 12~20회 숨을 쉬는데, 호흡수가 1분에 25회 이상이고 숨쉴 때마다 코를 벌름거리며 손톱, 입술이 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거나 의식을 잃으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폐에 염증이 생기는 폐렴은 호흡기 질환 중 비교적 심각한 질환에 속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잠을 충분히 자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하며, 과로, 과음, 흡연 등을 피해 몸의 저항력을 높여줘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폐렴에 걸려도 치료만 잘 받으면 괜찮다. 그러나 65세 이상, 만성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만성 간질환, 알코올 중독, 당뇨병, 만성 신부전, 혈액암, 만성 혈액투석 등의 경우에는 폐렴으로 사망할 확률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폐렴 치료에는 항생제가 쓰이며, 가슴 통증은 주로 늑막염 원인이 되므로 이를 줄이기 위해 진통제(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 떨어지지 않는 누런 콧물 감기 - 축농증

장기간 누런 콧물이 나오고 코 가래가 목 뒤로 넘어가 기침이 나온다면 감기가 아니라 축농증일 가능성이 높다. 아침에 일어난 뒤 눈곱이 많이 끼거나 얼굴에 심한 압박감, 두통 등이 함께 나타나면 축농증이라고 보면 거의 확실하다.

축농증은 코 주위의 부비동이라는 공간에 공기 대신 고름이 차는 증상이다. 감기 증상이 5일 정도 지난 뒤에 악화하거나, 10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또 콧물이 진한 노란색이면 급성 축농증을 의심할 수 있다. 13세 이전의 어린이는 축농증에 걸리기 쉽지만 그만큼 쉽게 회복되므로 빨리 치료하면 완쾌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나이대를 넘어가면 축농증이 만성으로 악화하게 된다. 만성이 되면 약물치료로 낫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술을 해야 할 정도가 되기 때문에 감기로 오해해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한다.

축농증은 약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어린이들은 약물치료가 원칙이다. 약물치료로 자꾸 재발하면 가급적 만 15세 이후에 수술하는 것이 좋다.

■ 오래 떨어지지 않고 밤에 더 심해지는 기침 - 천식

3~4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면 감기가 아니라 천식, 만성기관지염, 후비루증후군, 역류성 식도질환 등일 가능성이 높다.

감기로 인한 기침은 열이나 콧물 등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보통 한 주 정도가 지나면 차도가 있지만 다른 원인에 의한 기침은 자칫 수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다.

천식에 걸리면 숨쉴 때마다 “쌕쌕” 소리가 나고 목에 가래가 붙어 있는 느낌이 나고 숨이 가쁘지만 간혹 기침만 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식을 치료하는 중에 아스피린 같은 진통제를 먹으면 급성 천식 발작이나 두드러기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이런 약을 복용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천식은 기관지에 만성 염증과 기도과민이 가장 대표적 증상이다. 원인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영향과 집 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꽃가루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천식을 예방하려면 가급적 원인 물질들을 피하는 게 상책이다.

<도움말 = 영동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안철민 교수,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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