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의 펀드이야기]주식 오를땐 염려하고…

내려갈땐 기뻐하는 매니저가 진정한 고수
  • 등록 2005-09-02 오전 9:18:51

    수정 2005-09-02 오전 9:18:51

[조선일보 제공]
▲ 이상진 ·신영투신운용 전무
‘펀드 이야기’를 연재하는 동안 많은 투자가들로부터 돈 벌 수 있는 좋은 펀드를 찍어(?) 달라는 요청을 받곤 했다. 난감했다. 최소 5년 정도 조석으로 지켜본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라야 비교적 안심하고 추천할 터인데 불행히도 주변에 그런 매니저가 많지 않고 설사 있다 하더라도 미래의 수익률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년 가깝게 증권업계와 자산 운용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자칭 타칭 수많은 전문가와 언필칭 무림의 고수(?)들을 만났다. 한때 이들의 실명을 붙인 펀드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도 보았고, 시장의 붕괴와 함께 소리 없이 사라진 도사들도 일일이 거명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


최근 주가의 상승과 함께 시중 자금이 펀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뜨듯이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주식 시장으로 물꼬를 튼다면 웬만한 주식형 펀드는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부동산 시장이 붕괴할 경우 급격한 소비 위축과 경기 침체 등은 언제라도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주식 시장 전망이 밝게 보일수록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이 세상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라는 제임스 루빈 전 재무장관의 말을 기억하고, 펀드 수익률이 올라갈수록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역사가 당신을 방문할 것이다”라는 서양 속담을 상기하는 매니저가 많아져야 모처럼 조성되고 있는 펀드 붐이 해피 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펀드란 좋은 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다. 좋은 매니저란 주식이 올라갈 때 염려하고 주식이 떨어질 때 기뻐할 줄 아는 매니저다. 무엇보다도 시장을 두려워 할 줄 아는 겸양지덕을 갖춘 매니저가 최고의 매니저다.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라고 했다. 멀리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이 있기 마련이라는 공자님 말씀을 새겨 부디 모든 매니저가 소중한 고객들의 자산을 잘 운용하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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