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미 증시, 가을병 이겨낼까

  • 등록 2002-09-02 오전 10:25:55

    수정 2002-09-02 오전 10:25:55

[edaily 전미영기자] 가을 바람은 낙엽과 함께 뉴욕증시에 악재를 싣고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28년 2월~2002년 7월 미 증시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9월에 평균 1.15%의 하락률을 기록, 일년중 최악의 달로 꼽혔다. 지수가 하락한 나머지 두 달인 5월(0.26%), 2월(0.12%)와 비교해서도 두드러진 낙폭을 보였다.

9월 첫째 월요일인 노동절 휴일을 끝낸 투자자들이 3분기 예비실적 발표 시즌에 대응해 일제히 포지션 조정에 들어가면서 특히 9월 첫주에는 하향세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번 9월은 9.11테러 일주년이 기다리고 있는 데다 경제의 불안한 회복세로 인해 미 증시가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층 더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7월 저점 시험"..경제·실적이 변수
이 때문에 7월 23일 저점을 기록한 뒤 5주연속 랠리를 보였던 미 증시의 상승세가 가을바람과 함께 꺾일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본격 랠리가 재개되기 이전 뉴욕증시 주요지수들이 7월 저점을 다시 시험하는 수준까지 후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9월 지수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인 요인은 경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하반기 미 경제가 월가 전략가들이나 투자자들의 예상대로 회복세를 보여준다면 미 증시가 3년 연속 하락하는 경우만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퍼시픽그로스이쿼티의 스티브 마소카 사장은 "시장의 최대 이슈는 경제"라면서 "과연 더블딥을 겪을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가 명확해지면서 지수의 방향도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분명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증거가 부족하다. 이달 들어 처음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인 8월 미 공급관리자협회(ISM)지수만 하더라도 50.5에서 52로 상승, 경기확장과 수축의 경계선인 50은 상회하겠지만 확신을 심어줄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9.11테러 일주년이 경제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테러직후 나타났던 "애국적 정열"이 소비진작과 주식매입으로 이어질지, 추가테러의 공포가 투자자들을 움츠러들게 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9월부터 본격 개막되는 이른바 "워닝시즌"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실적 경고를 발하느냐에 따라 주가도 출렁일 수 밖에 없다.

기업실적조사업체 퍼스트콜의 척 힐 이사는 2분기에 월가 분석가들이 미 기업의 3분기 수익성장률 전망치를 16.6%에서 11.4%로 낮췄다고 밝혔다. 같은 추세가 같은 속도로 진행될 경우 3분기 미 기업들의 수익성장 전망치는 6%로 떨어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9월 이후를 바라보자"
존슨패밀리스몰캡밸류펀드의 매니저인 웬델 퍼킨스는 경제와 기업실적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9월에 차익 매물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8월에 시장이 그렇게 급반등하지 않았더라면 이번 9월은 통상적인 하향세를 겪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급하게 올랐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전문가들의 이 같은 예상대로 지수가 9월장에서 하락세를 보일 경우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간의 과매수에 따른 기술적 반락이라면 통상적인 바닥 다지기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일부에선 랠리의 견고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9월 이후의 장세, 더 나아가 올해 뉴욕증시가 3년연속 하락할 것인지와 관련된 문제여서 주목을 끌고 있다.

올레스키캐피탈매니지먼트의 샘 올레스키 사장은 "7월 이후 크게 오르긴 했지만 거래량이 뒤따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뉴욕증시가 3년 연속 지수하락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선 8월 30일 종가기준 다우지수는 15.7%, S&P500지수는 25.3% 올라야 한다. 나스닥의 경우엔 갈 길이 더 멀다. 무려 48% 상승해야 겨우 연초 수준에 도달한다.

그러나 CNN머니는 98년 가을의 사례를 들어 지나치게 상황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는 신중론을 폈다. 98년 러시아와 남미 경제위기로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파산한 이후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와중에 9월을 앞둔 미 증시 3대지수는 일제히 연초대비 하락한 상황이었으나 이후 3회에 걸친 금리인하에 힘입어 결국 다우지수는 연초대비 21.8%, S&P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8.4%, 46.3% 상승했다는 것.

WSJ도 다른 이유들이 아니라면, 단순히 9월이라는 점만으로 미리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유명한 풍자문학가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트웨인은 그의 소설 "푸딩헤드 윌슨"에서 "10월은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점치기에 특별히 위험한 달이다. 그밖에도 위험한 달이 있다면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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