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사건:2021타경6036 부동산임의(강제) 경매. 위 사건에 대하여 귀하가 사용(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이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 경매가 신청되어….’
2021년 7월5일 월요일. 공단 회사에 근무하면서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던 1991년생 최지수씨는 이날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해외취업 면접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고 연태고량주에 중국음식을 바리바리 포장해오던 날, 최씨는 집 출입문에 붙은 경매 안내서를 발견했다. 2020년 7월 첫 전셋집을 얻은 1년 뒤에야 집이 경매에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책은 평범했던 1991년생 청년이 전세 사기에 맞서 발로 뛰어다닌 820일간의 투쟁 기록이다.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날부터 시청, 법원, 경찰서, 주거복지재단을 오가며 경험한 절망의 날들을 적었다. 취업난과 주거난이 맞물린 이야기 속에 청춘의 꿈이 어떻게 허망하게 허물어지는지 책은 보여준다.
대출로 마련했던 전세금 5800만원은 가혹한 빚으로 돌아왔다. 전세 만기가 도래하자 그는 모아둔 돈과 카드론 3300만원을 받아 대출을 갚았다. 연 이자율은 10.6%에 달했다. 주 6일 매일 12시간씩 아르바이트 두 탕을 뛰며 빚을 갚아나갔다. 5개월 새 빠진 체중은 13kg. 조종사가 꿈인 최씨는 꿈을 이룰 밑천 마련을 위해 올 12월15일 원양상선에 오른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본인의 실수를 구체적으로 담았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긴급생계지원금 신청을 비롯해, 피해자 입장에서 겪는 제도의 부족함을 상세하게 기록했다.
저자 최씨는 책 서두에 이렇게 썼다. “절대 우리 잘못이 아니라고, 그러니 절대 죽지 말자고. 이런 일로 세상을 등지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