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매콤새콤은 그만… ‘하얀 비빔면’ 온다

주요 라면 업체, 빨간 비빔면 승부수 던진 가운데
오뚜기·풀무원, 들기름 베이스 막국수 내놓으며 인기
기존 맛과는 다른 맛 추구하는 MZ세대에서 인기
  • 등록 2021-05-22 오전 11:00:00

    수정 2021-05-28 오전 6:51:57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대중들에게 각인된 ‘비빔면’의 이미지란 ‘빨간색’, ‘매콤새콤달콤’이다. 국내 시장에서 비빔면이란 이름을 달고 유통되는 대부분의 면류는 이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비빔면 시장을 선도해 온 팔도의 ‘팔도 비빔면’을 필두로 오뚜기가 선보인 ‘진비빔면’, 농심이 야심차게 준비한 ‘배홍동’, 삼양식품의 ‘삼양비빔면’, 풀무원의 ‘정·홍 비빔면’도 모두 매콤한 초고추장 양념을 베이스로 삼았다.

오뚜기 고기리 들기름막국수(사진 왼쪽)과 풀무원 들기름 메밀막국수(사진=각 사)
다만 비빔면 시장에도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초고추장 양념을 섞지 않고 간장과 들기름만으로 맛을 낸 ‘하얀 비빔면’이 입소문을 타고 각광을 받고 있다. 혀를 얼얼하게 만드는 자극적인 맛 대신 지방 맛집에서 즐길 법한 막국수 베이스의 비빔면이 인기를 얻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가 지난 3월 출시한 ‘고기리 들기름막국수’는 지금까지 이커머스에서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맛집 ‘고기리 막국수’와 손잡고 만든 이 제품은 직접 뽑은 메밀면을 고소하고 향긋한 들기름과 간장소스에 비벼 깨와 김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용인에 위치한 ‘고기리 막국수’ 식당은 음식을 즐기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만큼 인기 있는 맛집으로 정평 나있다. 맵지 않은 독특한 비빔 국수를 원하는 소비자들과 지역 맛집 탐방을 원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린 까닭이다.

오뚜기는 이 점을 노려 소비자들이 집에서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고기리 들기름막국수’를 출시했다. 맛집 요리를 인터넷에서 쉽게 주문해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배민쇼핑라이브, 카카오커머스 등에서만 한정 출시했다.

현재 ‘고기리 들기름막국수’는 오뚜기몰 41회, 카카오 메이커스 4회, 헬로네이처 4회, 마켓컬리 2회 등 판매에 나선 온라인 채널에서 총 81회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뚜기는 해당 상품을 오프라인 채널로 유통하기보다는 당분간은 온라인에서만 판매할 예정이다.

풀무원 또한 지난 3월 ‘들기름 메밀막국수’와 ‘춘천식 메밀막국수’ 2종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들기름 메밀막국수’는 맵지 않은 비빔면 요리를 원하는 소비자를 공략한 제품이다. 들기름 양념을 면과 자작하게 비벼 먹는 제품으로 독특한 음식을 원하는 MZ세대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풀무원에서 출시한 백비빔면(사진=풀무원)
풀무원 메밀막국수 2종을 구매한 소비자의 연령대는 20~40대가 70%에 이른다. 당초 호불호가 갈리는 메밀면이라 50~60대에서 구매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젊은 MZ세대의 관심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지금까지 풀무원 메밀막국수 2종은 30만개 이상 판매됐다. 앞서 풀무원은 간장 베이스의 비빔면 ‘백비빔면’을 출시해 빨간 비빔면 시장에 변주를 준 바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외식이 제한되면서 집에서 그럴 듯한 한 끼를 해먹으려는 욕구가 는 점이 하얀 비빔면의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해외 여행에 제한되고 국내 여행 인구가 늘자 젊은 세대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들기름 막국수 등 지역색이 뚜렷했던 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점도 하얀 비빔면의 관심도를 높였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비빔면 시장에서는 여전히 빨간 비빔면의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라면서 “다만 다양한 맛과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높아지고 있어 과거 같았으면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들기름이나 간장 베이스의 면 요리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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