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호텔 양도합니다"…성수기 잃은 호텔업계 ‘한숨’

호텔업계, 연말 성수기 예약률 급감에 경영악화 불가피
D호텔 예약률 11월 70%대에서 12월 20%대로 급감
호텔업계 4분기도 영업적자 이어질 듯
경영체질 개선, 신규 브랜드 론칭 등 내년 이후 준비
  • 등록 2020-12-23 오전 8:11:56

    수정 2020-12-23 오후 10:42:06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크리스마스 제주도 예약 취소했습니다.” “제주 A호텔 29일~1일 양도합니다.”

23일 온라인 중고거래 카페 등에는 제주도 여행을 취소하거나 판매한다는 글이 속출하고 있다. 제주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격상한다고 밝힌 이달 중순부터 코로나19 방역에 동참하기 위해 연말 휴가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난 까닭이다. 하루 전인 22일에는 숙박 예약률을 50%로 제한하는 정부 정책까지 발표되면서 취소와 환불 등 문의가 호텔에 빗발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예약 취소 러시에 호텔 업계는 4분기 경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 갈무리)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 내 5성급 호텔과 휴양 콘도미니엄의 숙박 예약률이 지난 17일 기준 11월 말 대비 평균 2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약 취소가 빗발치고 있는 D특급호텔의 예약률은 11월 말 75%에서 지난 17일 기준 27%로 예약자의 절반 가량이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문제는 일 년 중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와 12월 31일의 예약률도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제주도에 입도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호텔 업계는 “올해는 정말 망했다”고 한탄했다.

가뜩이나 올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호텔업계는 4분기 실적까지 악화가 불가피해 연간 기준 매출 타격이 클 전망이다.

호텔신라(008770)는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44% 하락한 2조3461억원, 영업손실 1501억원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호텔롯데는 매출액 2조 8143억원으로 전년 대비 48% 줄었고, 영업손실 4631억원을 나타냈다. 워커힐호텔앤리조트(SK네트웍스(001740) 기타부문)도 3분기 기준 매출액이 1398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줄었고,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한 3428억원 매출액과 795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급호텔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31일) 등 올해 마지막 특수를 기대했으나 정부가 정한 예약 숙박률 50%를 맞추기 위해 일부 고객에게 예약 취소를 안내해야 하는 처지에까지 놓였다.

이에 특급호텔과 리조트 등 업계 실적은 4분기에 적자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가 현재 국토교통부에 국내 공·항만 이용객 탑승 전 검사 의무화 조치 신청까지 한 상황이라 고객의 발걸음은 더욱 뜸해질 전망이다.

롯데호텔제주 사계절 온수풀 해온.(사진=롯데호텔 홈페이지)
호텔 업계는 코로나19에 손 쓸 방도가 없기 때문에 백신이 빠르게 공급돼 현 상황이 종식될 코로나 이후를 준비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업계는 비용 감축을 통한 경영 체질개선과 신사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호텔신라가 한옥호텔 공사를 지난달부터 중단하고, 10개월간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호텔신라는 임원도 20% 감축하고, 올해 승진 인사 등도 시행하지 않는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반면 호텔롯데는 코로나19에도 계획했던 대로 올 상반기 시그니엘 부산과 지난 10월 롯데호텔 시애틀을 예정대로 오픈했다. 향후 호텔롯데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거시적인 사업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MZ세대(Z세대+밀레니얼)를 겨냥한 라이프 스타일 호텔 브랜드 ‘마티에’와 프리미엄 빌라 등을 준비 중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제주도는 올해 신혼여행객 등이 몰리면서 코로나19에도 숙박률이 괜찮았는데,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며 “당장 매출 감소는 있겠지만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내년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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