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책 낙서가 카톡 이모티콘으로… ‘공감’해야 통하죠”

이모티콘 제작 길라잡이 낸 정지혜 작가
공감가는 아이디어 있으면 누구나 도전
또래 두세배 벌기도.. “일상이 다 소재죠”
  • 등록 2019-05-31 오전 8:29:53

    수정 2019-05-31 오전 8:29:53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좋은 이모티콘이란 무엇인가요?”

4대 모바일 메신저에서 ‘귀여운 쪼꼬미 커플’ ‘달달한 카롱’ ‘상큼해 후르츠 이쿠’ ‘부그부끄 발그레곰’ 등 열여섯개의 이모티콘을 출시한 정지혜 작가에게 물었다. 매일 새로운 콘셉트의 이모티콘이 등장하는 홍수 속에 사랑받는 작가가 되는 비결이다. 최근 이모티콘 작가가 되는 법을 쉽게 풀어쓴 ‘귀염뽀짝 이모티콘 만들기’를 발간한 그는 이데일리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공감’이라고 답했다. “이모티콘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감정의 표현수단”이라며 “이모티콘을 쓰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감정을 연결하는 힘이 있어야 자주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모티콘 작가’는 생소한 직업인데 어떻게 도전했나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문제집이든 연습장이든 잡히는 종이마다 구석에 낙서를 하곤 했어요. 친구들과 채팅을 하면서 보낼 이모티콘을 고르다가 ‘내가 직접 그린 이모티콘을 친구에게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블로그 등을 통해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프리랜서 이모티콘 작가 일을 하게 됐어요.”

―다양한 이모티콘을 내놓았는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주로 연습장에 스케치를 하면서 새 캐릭터나 동작을 구상해요. 처음부터 디테일을 잡기보다 낙서하듯 그리다 마음에 드는 요소들을 골라 정리하죠. 일상생활 속 주변이나 취미, 취향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에요. 나란히 진열된 마카롱과 컵케이크를 보다 ‘달달한 카롱’과 ‘컵케이크 펭귄’ 등을 구상했죠.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곰 인형을 떠올리며 ‘부끄부끄 발그레곰’이 나오기도 했고요. 경험이나 취향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면 만들 때도 더 즐겁고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이모티콘 ‘달달한 카롱’
―이모티콘 크리에이터가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관찰력이에요. 주변 사람들이 어떤 감정일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동작을 하는지 자세하게 관찰하면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사람이 달리는 모습을 자세히 보면서 손과 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해한 다음 그림을 그리면 더 자연스러운 달리기 모습을 그릴 수 있겠죠. 주변을 잘 둘러보다 보면 공감이 많이 가는 재밌는 소재나 아이디어도 찾아낼 수 있어요.”

―이모티콘 크리에이터, 얼마나 버나요?

“수입은 각자 천차만별이에요. 성공한 이모티콘 하나로 직장인 연봉에 가까운 금액을 벌기도 하지만 보너스 정도로 그치기도 해요. 요즘에는 캐릭터 사업으로 이어져 2차 수입으로 이어지는 등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졌어요. 예전에 커플 이모티콘을 발매했을 때 처음 받은 금액이 또래가 받는 월급의 두세 배인 적이 있어요. 첫 달 수입이 가장 좋고 조금씩 줄어들게 되는데 꽤 오랫동안 수입이 들어왔어요.”

이모티콘 ‘부끄부끄 발그레곰’
―이모티콘을 만드는 법을 정리한 책을 내신 이유는 뭔가요?

“요즘에는 누구나 쉽게 이모티콘에 도전할 수 있어요. 하지만 초창기에는 이모티콘을 만드는 정보가 없어 당황했었어요. 그림은 그릴 줄 아는데 그 밖에 다른 것들은 너무 낯설었거든요. 도서관에 가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그래픽 작업 책을 찾아보면서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응용하는 식으로 겨우겨우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저 역시 배울게 많지만 초보들을 위해서 제작부터 제안까지 한 번에 쭉 이어서 볼 수 있는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출간을 결심했어요.”

―이모티콘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이 있다면?

“그림을 잘 그리고 컴퓨터 작업을 잘하는 전공자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이가 더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 되었어요. 잘 그리고 역동적인 이모티콘뿐만 아니라 그림판으로 대충 그린 듯한 이모티콘도 사랑받고 있죠. 그림을 못 그린다거나 디지털 작업이 어렵다고 먼저 포기하지 말고 도전해보세요. 경험을 쌓으면서 계속 도전하다 보면 멋진 이모티콘 작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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