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 한발짝 더 내딛다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입력 장치는 당연히 터치 스크린입니다. 그렇다면 그 다음 자리는 누구의 차지일까요? 적어도 저는 스마트폰에서 터치 스크린 다음으로 큰 역할을 하는 입력장치는 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iOS 11에서 개발자들에게 ARKit이 공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하는 앱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카메라의 중요성은 점점 늘어갈 것입니다.
아이폰8은 아이폰7에 비해 사진 품질이 꽤나 발전했습니다. 이렇게 발전한 사진 품질의 이면에는 더 커진 센서 뿐만 아니라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에 내장된 강화된 ISP와 뉴럴 엔진의 성능, 그리고 그 동안 더 다듬어진 소프트웨어 역량이 결집되어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카메라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 전에 소소한 변화 한 가지를 짚어보고 갑시다. 아이폰8 시리즈는 사진을 찍을 때 탭틱 피드백을 줍니다. 이는 iOS 11로 업데이트된 아이폰7에도 추가되지 않은 기능으로 소소한 아이폰8 한정 기능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먼저 아이폰 8 시리즈의 카메라 시스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이미지센서의 물리적인 면적이 넓어졌다는 것입니다. 즉 더 많은 양의 빛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입니다. 사진은 빛으로 그려내는 그림이기에 대부분의 경우에 더 많은 빛은 더 좋은 사진을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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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폰 8 시리즈에서는 더 커진 픽셀과, 픽셀 자체가 더 깊어짐으로써 누화로 인한 잡음을 최소화했고, 덕분에 아이폰 7 시리즈보다 눈에 보이는 노이즈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이런 수채화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조도에서도 좀 더 선명하고 정확한 색감의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커지고 깊어진 센서는 저조도에서 뿐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화질 역시 끌어올렸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번 아이폰 8 시리즈의 가장 큰 개선점은 DR(다이나믹 레인지)의 개선입니다. 다이나믹 레인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화면 안에서 가장 밝고, 가장 어두분 부분에 대한 표현 범위입니다. 다이나믹 레인지가 좁으면 밝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표시하려고 할 때, 어두운 부분의 세부 표현들이 완전히 날아가고, 반대로 어두운 부분을 중점적으로 표시하려고 할 때 밝은 부분의 세부 표현들이 날아가게 됩니다.
특히 아이폰8로 사진을 찍으면 하늘이 실제보다도 더 푸른 하늘로 표시가 되는데요, 이는 아이폰이 사진의 해당 영역이 하늘임을 알고 거기에 맞춰 최적화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A11 바이오닉 칩의 뉴럴 엔진을 사용합니다. 인공신경망 연산은 특히 컴퓨터 비전, 즉 이미지 처리에 많이 사용됩니다. 특정한 장면을 인공신경망에 넣으면, 해당 장면이 어떤 의미를 띠고 있는지를 출력하는 식의 응용이 있지요. 물론 애플은 이미 아이폰 7에서부터 이미 찍힌 사진들에 대해 머신 러닝 기능으로 이런 기능들을 제공해 왔습니다.
하지만 A11 바이오닉 칩이 들어간 아이폰 8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아이폰 8의 뉴럴 엔진은 실시간으로 인공신경망을 통해 사진을 분석하고 사진의 각 부분이 어떤 것을 찍고있는지를 인지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인지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 사진을 200만개의 조각으로 쪼개서 각각의 조각에 맞는 최적화를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해당 조각이 하늘을 비추고 있는지, 구름을 비추고 있는지, 콘크리트 바닥을 비추고 있는지, 유리창을 비추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해당 질감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도록 이미지 처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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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시스템은 슬로 싱크 기능 역시 포함하고 있습니다. 슬로 싱크 플래시는 카메라의 OIS 기능을 이용해 긴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고 플래시를 순간적으로 점멸시킴으로써 전경과 배경을 모두 살리는 기능입니다. 이는 HDR 사진과도 비슷한 원리인데 긴 셔터스피드 중 대부분의 시간은 약한 플래시를 비춰서 배경에서 오는 빛을 받고, 이후 플래시를 빠르게 점멸시키면서 그 시간동안 원하는 피사체의 사진을 담아냅니다. 이를 통해 플래시를 켜서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이 완전히 날아가던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 사진 역시 전체적으로 아이폰 8에서 찍힌 사진이 더 밝고 정확한 화이트 밸런스를 잡고 있을 뿐 아니라, 배경 역시 더 잘 잡아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는 사진작가인 오스틴 만(Austin Mann)이 아이폰 8 플러스를 사용해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폰 7 플러스에서 플래시를 사용한 경우 플래시의 빛을 받은 피사체가 부각되고, 상대적으로 낮은 조도를 가진 배경은 너무 어두워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슬로 싱크 기능이 적용된 아이폰 8 플러스의 사진은 긴 셔터스피드 동안 배경의 빛을 충분히 받은 사진과 플래시 빛을 받은 피사체의 사진을 적절히 합성하여 양 쪽 모두를 적절히 살려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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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살펴볼 기능은 아이폰 8 플러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인 인물 사진모드입니다. 인물 사진모드는 아이폰 7 플러스에서 추가된 기능으로, 듀얼 카메라를 모두 활용해 소프트웨어적으로 배경을 흐려주는 기능입니다.
iOS 11 업데이트와 함께 아이폰 7 플러스에서의 인물 사진 모드 알고리즘 역시 더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아이폰 8 플러스에서는 더 커진 망원 센서와 향상된 알고리즘으로 더 훌륭한 품질의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커진 망원 카메라의 센서는 아이폰 7 플러스보다 저조도에서 더 나은 품질의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 주며, 기존에는 빛이 부족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인물 사진 모드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서도 인물 사진 모드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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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 조명은 전체 사진을 덮는 단순한 필터와 달리 깊이 맵을 이용해 피사체가 조명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를 계산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좀 더 자연스러운 보정 사진을 연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스튜디오 조명 등은 아직 베타모드인 만큼 조금 어색한 효과가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아이폰 7 플러스의 인물 사진 모드가 그랬듯 앞으로 계속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총평 : 최고의 ‘아이폰’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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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이폰 7 시리즈의 완벽에 가까운 디스플레이에 주변 색온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화면의 화이트포인트를 조절해주는 트루톤 기능을 추가한 디스플레이는 최고의 모바일 LCD 디스플레이면서 최고의 OLED 디스플레이에 비해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폰 X과 같은 더 커진 이미지 센서와 A11 바이오닉 칩의 성능은 아이폰 8 시리즈의 사진 품질 역시 한 단계 더 끌어올렸습니다. A11 바이오닉 칩에 추가된 뉴럴 엔진과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진의 각 부분을 최적화하는 기술은 저조도 사진품질 뿐 아니라 주광 사진의 품질을 끌어올리는데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특히 아이폰 7 시리즈에 비해 더 밝아진 플래시와 슬로 싱크 기능은 플래시로 찍은 사진의 품질을 끌어올려 줬습니다. 저조도 카메라 성능의 강화와 함께 이런 플래시 기능의 강화는 아이폰 카메라가 좀 더 다양한 상황에서도 멋진 사진을 담아낼 수 있게 해줍니다.
여기에 더해 아이폰 8 시리즈에는 치(Qi) 표준 무선 충전이 추가되고, 최대 18W 고속 충전 역시 지원하는 등 지금까지 고대했던 반가운 변화들이 많습니다.
분명 아이폰 8 시리즈는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던 아이폰 왕조의 적통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는 아이폰입니다. 하지만 아이폰 X과 함께 공개된 아이폰 8 시리즈는 분명 아이폰 X이라는 새 왕조의 왕과 비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아이폰 왕국의 세력다툼에서 아이폰 8 시리즈가 완전히 밀려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아이폰 왕국을 이끌어나갈 혈통이 누구인지는 자명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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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새 왕조의 첫 번째 왕이 될 아이폰 X이 아이폰 왕국의 세력다툼에서 완전히 승리하지 못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아이폰 X은 지금까지 아이폰의 핵심적 유저 경험을 뒤집습니다. 이런 급진적인 변화는 일부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거기에 아이폰 X에 들어간 여러 가지 기술들은 너무 비쌉니다. 아이폰 X의 제조 원가는 아이폰 7 플러스의 제조원가에 비해 훨씬 비쌉니다. 물론 애플은 자사 물건에 확실한 가치를 책정하는 회사이기에 아이폰 X의 가격은 역대 어느 아이폰보다도 비쌉니다. 또, 아이폰 X에 맞춰 여러 앱들이 업데이트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것이라는 것 역시 아이폰 X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 보면 지금 당장 새 아이폰이 필요하다면, 오히려 아이폰 X보다도 아이폰 8 시리즈를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의 완성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변화의 시작을 선택할 것인지는 이제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닥터몰라=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운영진이 하드웨어를 논하는 공간이다. 부품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폭 넓은 하드웨어를 벤치마크하는 팀이기도 하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이미 알려진 성능의 재확인을 넘어 기존 리뷰보다 한층 더 깊게 나아가 일반적으로 검출하기 어려운 환경에서의 숨은 성능까지 예측가능한 수리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필진으로 이대근 씨(한국과학기술원 수리과학 전공), 이진협 씨(성균관대학교 생명과학 및 컴퓨터공학 전공)가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