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켝 칼럼] 미디어 다양성 확대해 민주주의 업그레이드하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 등록 2017-03-15 오전 7:53:54

    수정 2017-03-15 오전 7:53:5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간은 누구나 친숙한 환경을 접하면 편안함을 느낀다. 자기와 같은 국가, 같은 피부색, 같은 종교 등이 편한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인류는 이런 본성을 사회진화론으로 버무려 인종차별주의, 나치즘과 파시즘을 옹호하는 논리로 악용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다양성의 존중은 비단 생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경쟁력에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신교와 구교도의 종교적 관용을 인정한 낭트칙령을 폐지한 후 상공업에 종사하던 프랑스 신교도가 많이 떠나 경쟁력이 떨어진 것이 전형적인 사례이다.

세월이 흘러 우리사회에서도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다양성의 가치가 반론의 여지없이 당연한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렇게 중요한 다양성을 증진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그 해답 중 하나는 미디어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미디어라는 창(窓)을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때, 우리는 보다 용이한 방식으로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온전히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종교와 민족 갈등을 극심하게 겪었던 유럽에서 미디어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유럽연합(EU)은 2년간의 시범조사를 거쳐 2016년부터 28개 모든 회원국이 19개 지표를 대상으로 미디어다양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런 세계적 흐름에 발맞추어 작년에 미디어 다양성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작년 조사에서는 TV채널장르의 다양성과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 다양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TV채널장르 다양성은 채널을 종합편성, 교양, 오락, 정보 등 4개의 장르로 나누어 채널개수의 집중도를 파악하였다. 우리나라의 유료방송사업자가 송출하는 231개 채널 중 오락채널이 130개로 나타나 종합편성(18개), 교양(34개), 정보(49개) 등 다른 장르의 채널보다 개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내용 다양성은 작년 1월부터 9월까지 방송된 20회 미만 회차의 드라마를 대상으로 등장인물의 성별, 연령별, 직업별 등의 항목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젊고 부유한 전문직종이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TV속 주인공은 10대부터 40대까지 연령층이 약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직업별로도 전문가와 관리자 등이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한 반면, 통계상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농어민?공장 노동자와 단순 노무자는 약 2%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이번 조사결과는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젊고 부유한 계층을 배경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것이라는 전통적 인식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 시청자들이 현실과 거리가 있는 인물을 계속 접할 경우 자칫 현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가질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가 창의성을 핵심으로 한 픽션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일례로 여성단체에서는 드라마 속 젊고 부유한 실장님, 본부장님이 신데렐라의 꿈을 이뤄가는?이야기가?여성의 자아실현의 전부인 것처럼?반복 묘사되는 것에 대해?우려를 제기해왔다. 픽션이라도 특정 인물과 특정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복제해낸다면 그것은 어느새 현실에 대한 암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프랑스에서 뉴스와 픽션 장르에서 등장인물 비율을 현실과 대비해 분석하는 이유도 이런 우려를 감안한 것이다.

올해 미디어 다양성 조사는 작년 조사결과에 대한 각계의 의견수렴을 통해 조사항목이나 측정지표 등을 보완한 후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프로그램 내용분석은 드라마외 다른 장르까지 분석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디어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으면 한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