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와 `극과 극` 몬티, 伊 구할 `슈퍼 마리오`

베를루스코니와 거의 모든면 정반대
차기 정부 출범..재정난 타개 과제
  • 등록 2011-11-14 오전 10:03:56

    수정 2011-11-14 오전 10:03:56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마리오 몬티 전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이 13일(현지시간) 좌초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호(號)를 구할 새 선장으로 지명됐다.

유럽 사회는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가진 몬티 총리 지명자가 이탈리아를 살릴 적임자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학자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부족한 그가 `진흙탕` 같은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제 역할을 해낼지에 우려를 보내는 시각도 적지 않다.

◇ 베를루스코니와는 정반대..전형적 `외유내강형`
▲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 지명자
몬티는 `스캔들 메이커`로 유명한 전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성격을 비롯한 거의 모든 면에서 정반대의 인물로 간주된다. 몬티는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아내와 40년간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으며,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하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는 종잡을 수 없는 기행과 언변, 젊은 여성들과의 각종 성추문으로 이혼까지 당할 정도로 악명높은 베를루스코니의 성격 및 사생활과 뚜렷이 대조된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몬티를 상냥하면서도 내성적인 성품을 지닌 경제학자로 평가한다. 이탈리아 진보성향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몬티에 대해 침착하고 냉정한 성격이라고 설명했으며,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그의 매너와 판단력은 엄격한 영국인처럼 보인다고 묘사했다.

몬티는 EU 집행위원으로 재직 시 미국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주도하는 등 업무적인 면에서는 철두철미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그를 `지극히 유능한 인물`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다만 몬티는 대학 강단과 전문 관료를 오가며 쌓은 관록에 비해 전문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은 전무한 실정이다. 이는 그가 베를루스코니 퇴진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을 다스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 산적한 숙제 산더미..차기 정부 출범이 `첫 단추`
몬티 앞에 산적한 숙제는 산더미처럼 많다. 당장 내각을 구성해 차기 정부를 공식 출범시켜야 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하루빨리 정국을 안정시키고 재정난을 탈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구제금융 지원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이탈리아 스스로 구제에 성공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육박하는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재정 개혁안의 시행이 시급하다. 이 개혁안은 지난 11일과 12일 상·하 양원을 통과한 바 있다. 몬티 내각은 더불어 이탈리아의 고질병으로 불리는 더딘 경제성장의 속도를 높이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몬티가 재정위기 타개와 경제개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치색이 옅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몬티는 총리 지명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의 재정상태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유럽연합 내에서 허약한 구성원이 아니라 다시 한 번 강한 구성원이 돼야 한다"며 현재의 비상상황을 신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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