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화환, 돈도 벌고 칭찬도 받는 사업

노승구 드리미 대표 “실속 화환 문화로 바꾸겠다”
5월부터 가맹사업 시작…소자본 창업 아이템 주목
  • 등록 2010-07-30 오전 10:44:02

    수정 2010-07-30 오후 10:54:41

[이데일리 이승현 김유성 기자] 돈도 벌고 칭찬도 받는 사업이 있다. 바로 드리미의 쌀 화환이다. 화환의 낭비를 줄이고 쌀 소비를 높이면서 기부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분과 실리는 물론 사회적 공헌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쌀 화환 사업이 처음부터 될만한 아이템으로 인식됐던 것은 아니다. 기존 화환 시장을 새롭게 뚫고 들어가야 하고, 아직 많은 사람의 인식이 화려한 화환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노승구 드리미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며 쌀 화환의 당위성과 장점을 알렸다. 그러기를 3년. 결혼식, 장례식 등의 각종 행사에 쌀 화환이 보이기 시작했고 연예인 팬클럽을 중심으로 쌀 화환 보내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가맹사업도 시작해 벌써 11개의 가맹점을 개설하고 5개가 예정돼 있다. 쌀 화환이 우리 생활에 가까워질 날도 멀지 않게 된 것이다.

쌀과 화환을 결합한 독특한 아이템으로 주목받는 드리미의 노승구 대표를 만났다.

-쌀 화환이 독특하면서 생소한데 착안하게 된 계기는?
노승구 드리미 대표.

▲ 사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을 좋아한다. 따라서 꽃은 누군가의 진정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꽃의 본질은 사라지고 누가 보냈는지, 몇 개가 왔는지가 중요해졌다. 마음을 전하기 위한 화환이 받는 사람의 과시 수단으로 변질 된 것이다.

이 자체가 물론 나쁜 것은 아니다. 허나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되고 장례식장 문화가 병원 영안실 중심으로 바뀌면서 덩치 큰 화환들은 큰 골칫거리가 됐다. 받은 사람 입장에선 별도의 비용을 부담해가면서 받은 화환을 처리하게 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한번 쓴 화환을 재사용하는 재생화환업자가 생겨났다.

문제는 재생 화환을 일반 화환처럼 제 값을 받고 다시 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간의 재생업자만 이득을 보고 화훼농가는 소외되는 구조가 됐다.

남는 쌀 문제도 쌀 화환을 고안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우리 사회에 남는 쌀이 골치인데 쌀이 없어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남는 쌀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도 같이 모색했었다. 결국 화환 문제와 남는 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쌀 화환이 나오게 됐다.

-가맹사업을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
▲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3개월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11개 가맹점을 개점했고 5개가 계약 상태다. 가맹사업을 늦게 시작한 것은 가맹점주들의 사업성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창업 아이템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지방은 홍보도 덜 돼 있고 쌀 화환의 인식도 낮을 것으로 봤다.

그런데 작년 말부터 쌀 화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객들이 지방 배송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때는 지사가 없었기 때문에 배송지 근처 꽃집에 배달을 부탁했다. 그런데 쌀 화환을 꽃집 입장에서는 영 탐탁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맹점이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영업권 보호 때문에 가맹점은 시군구에 하나씩만 개설하는 게 원칙이다. 허나 서울과 비교해 지방의 시군구가 인구가 적기 때문에 지방의 가맹비는 서울보다 싸게 했다. 단순 인구수로 봐서는 서울이 지방보다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서울은 유사한 업종의 경쟁이 치열하고 고객을 확보하기가 막연하다. 이에 반해 지방은 학연, 지연을 통한 영업이 서울보다 유리하다.

드리미의 쌀 화환은 보통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소재의 오브제에 모형 쌀로 제작된다. 쌀 화환 옆에서 모형 쌀 포대를 들고 있는 노승구 대표.

 
-쌀화환이 쌀 소비 진작에 기여할 것으로 보는지?
▲ 아직 실적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앞으로 활성화가 되면 상당한 양을 소비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올해 드리미 본사가 처리할 쌀만 해도 100t가량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쌀 소비 증대가 아닌 수평 이동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드리미의 쌀 화환은 대부분 기부가 되는데 주위를 둘러보면 뜻밖에 쌀값이 없어 빵이나 라면을 먹는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한테 기부 쌀이 가면 쌀 소비가 늘 수 있다.

-쌀 화환이 확대되면 화훼농가의 소득에 타격이 갈 수 있지 않나?
▲ 드리미가 쌀 화환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주문하면 쌀이 놓일 자리에 꽃바구니나 화분도 놓는다. 쌀 화환이 널리 쓰인다고 화훼농가가 타격을 받기 보다는 일부 재생화환업자들이 퇴출당할 것이다. 

-쌀 기부는 어떤 단체에 하나?
▲ 쌀을 받은 사람이 지정한 기관에 보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기부는 하고 싶지만 기부처를 모를 때는 본사가 `사랑의 열매`를 통해 기부를 대행한다.

기부를 할때는 기부처가 믿을 만한 곳인지 여부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 기부된 쌀이 정말 필요하고 유용한 곳에 보내져야 기부한 사람도 보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는 이 사업의 핵심 가치다.

쌀을 기부하고 나서는 기부자는 물론 쌀 화환을 보낸 사람들에게까지 결과를 통보한다. 기부영수증과 인수증, 인증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 드리고 있다.
 
-쌀 화환이 정착되려면?
▲ 쌀 화환에 대한 홍보만 되면 확산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쌀 화환을 보내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매우 만족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칭찬을 받으면서 사업을 하니 가맹점주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단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선출직 공무원들이 쌀 화환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화환 낭비를 줄이고 쌀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익적인 요소가 많이 있는 만큼 좀 더 유연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쌀 기부 인증 사진. 탤런트 김정화가 자신의 팬클럽으로부터 받은 쌀 화환의 쌀을 사울 청담동에 있는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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