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이 지난 7월 이후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주유소 기름값은 거의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일부러 기름값이 싼 지역을 찾아 기름을 넣는 등 '싼 주유소 찾기' 붐까지 일고 있다.
◆ 같은 서울이라도 1L당 200원 이상 차이
실제 석유공사의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에서 서울 지역의 휘발유 가격을 비교해 보면(9월 16일 현재), 중랑구의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1L당 1701원이다. 도봉구와 광진구, 강북구, 동대문구, 구로구, 성동구 등도 모두 1700원대이지만, 강남구는 1900원이 넘는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어느 지역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느냐에 따라 1L당 휘발유 가격이 2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시·도별 격차도 상당하다. 경북과 대구지역이 1L당 1692원과 1695원으로 가장 싼 반면, 서울은 1824원으로 130원 정도 격차가 난다. 소비자들은 "같은 기름을 넣는 것인데, 지역에 따라 가격이 L당 100~200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자기 땅에 주유소를 운영하는지, 임대해 운영하는지에 따라서도 휘발유 가격은 달라진다. 가령 서울 강남지역에 주유소를 임대해 운영하려면 한 달에 임대료로 약 2500만원을 내야 한다. 이 경우 본인 소유의 주유소보다 휘발유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시민모임의 우혜경 팀장은 "1L당 휘발유 가격이 같은 서울에서 200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은 특정 지역 주유소들의 폭리(暴利)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휘발유 가격 하락 너무 더디다는 비판도
국내 휘발유값 산정시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의 휘발유 제품 가격은 지난 7월 첫째주 배럴당 평균 145.7달러에서 9월 둘째주 평균 106.3달러로 27% 정도 내렸다. 하지만 원화 환산 가격은 같은 기간 배럴당 15만2043원에서 11만9083원으로 21.6% 하락에 그쳤다. 같은 기간 원 달러 평균 환율은 평균 1043.5원에서 1120.2원으로 7% 정도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의 정진규 석유정보센터 팀장은 "전국 1만여개 주유소의 판매 가격을 담고 있는 오피넷 같은 인터넷 정보 등을 이용해 주유소들의 기름값을 꼼꼼히 비교해 보고 골라간다면 좀 더 싼 가격에 기름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