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쇼핑 불야성의 명소 동대문 시장에 ‘주5일제’ 바람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거래가 줄어든 대신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전되면서 도소매 사업자들이 온라인 거래를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MZ 세대 유입에 따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니즈가 높아진 것도 주5일제 전환을 앞당기고 있다.
| ▲지난 11일 방문한 서울 중구 동대문 청평화패션몰 입구 문이 굳게 닫혀있다. 청평화몰은 지난 3월부터 주5일제를 시행하면서 토요일과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다.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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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문한 서울 중구 동대문 청평화 패션몰·디오트·남평화패션몰 등 대부분 상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지난 3월부터 주 5일제 시행이 본격화하면서다. 지난 1962년 문을 연 후 60여년간 이어온 주 6일제가 막을 내리고 있는 셈이다. 주5일제 시행을 앞두고 상인회와 관리운영회가 입주 상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평화패션몰의 주5일제 찬성률은 90.3%, 디오트는 89.7% 순으로 조사됐다. 제일평화·aPM·밀리오레 등은 주 7일을 유지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 대비 영업 시간을 단축해 운영 중이다.
동대문 시장의 디지털화를 이끈 주인공은 ‘신상마켓’이다. 지난 2013년부터 딜리셔스가 운영하는 신상마켓은 동대문 도매 상인과 소매사업자를 온라인으로 이어주는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으로 제품 판매·결제·배송 등 모든 과정을 플랫폼 하나에서 진행할 수 있다. 직접 발품을 팔지 않아도 도매 사업자는 ‘창작자’로서 상품 개발과 제작에 매진하고 소매 사업자는 ‘마케터’로서 상품 판매 본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딜리셔스는 현재 사입, 검수, 재고관리, 고객 직배송까지 제공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 ▲서울 중구 동대문 제일평화 패션몰 정문에 붙은 영업 시간 안내문.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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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활성화로 밤 늦은 시간부터 이른 새벽까지 일할 필요성이 줄면서 업자들의 워라밸도 강화되는 추세다. 12년 동안 도매업을 한 제일평화 여성복 매장 ‘TING’의 오주현 사장은 “2019년 상가 화재 당시 어려워진 사업 환경에 육아까지 겹쳐 사업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지만 이듬해 신상마켓에 가입 후 전업주부가 아닌 워킹맘으로 살 수 있게 됐다”며 “현재는 전체 매출 70%가 온라인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거래처 사장들과 일일이 얼굴을 틀 필요가 없어지면서 업무 부담도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반응이다. aPM에서 22년간 장사를 해온 장우석 사장은 “비대면 라이브 광고 조회수가 1만뷰를 넘다보니 온라인에 신경을 많이 쓰게된다”며 “도매 업자는 늦게까지 상주할 필요 없고 소매 사업자들이 물건을 찾으러 밤새 발품을 팔 필요 없고 둘 다 일손을 덜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딜리셔스에 따르면 동대문 전체 도매 매장의 80%가 넘는 1만1000개 도매 매장이 신상마켓을 이용 중이며 지난해 거래액은 5723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서비스 출시후 누적 거래액 2조원을 돌파한 딜리셔스는 올해 하반기 일본 기업 간 거래(B2B)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 ▲지난 11일 방문한 서울 중구 동대문 apM 1층 입구(오른쪽 사진). 지난 2월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당시 공실이 가득했던 모습(왼쪽)과 대비된다.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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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의 주5일제 전환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워라밸을 중시하고 디지털에 익숙한 MZ세대 진입이 증가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통계청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20대가 대표인 업체 수는 18만2000개로 전년 대비 163.6% 증가했다. 30대 대표 업체 수는 39만1000개로 10.3% 증가했다. 이 중 도소매업 비중은 2.7%로 숙박, 음식점업과 제조업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젊은 사장들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카카오에 익숙한 만큼 다양한 홍보 채널을 통해 거래처를 확보한다.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 관계자는 “주5일제 시범 운영 기간 상인들의 반응이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상권이 살아나는 시기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긴 해도 지난 2년간 많은 변화가 있던 게 사실”이라며 “여러 의견 등을 수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