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무7조' 조은산, '다치킨자' 장본인..靑청원 공개되자 '18만'

  • 등록 2020-08-28 오전 8:07:36

    수정 2020-08-28 오전 11:33:1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진인(塵人) 조은산의 시무7조 상소문’ 청원이 ‘공개’ 하루만인 28일 오전 8시 현재 18만9665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2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청원은 전날 청와대가 일부러 비공개 처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목받았다.

청원인은 ‘진인 조은산이 시무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으로, 옛 상소문의 형태를 빌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세금, 인사 등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 원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본직이 법무부장관인지 국토부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사온데 과연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는 자들은 일터에 나앉은 백성들이옵니까 아니오면 궁궐과 의회에 모여 앉은 대신들이옵니까”라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러한 내용의 청원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오자 “정상 절차에 따라 글의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진인(塵人) 조은산의 시무7조 상소문’ 청원이 ‘공개’ 하루만인 28일 오전 8시 현재 18만9665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2일 작성된 해당 청원은 전날 비공개 상태에서 4만6000여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공개 기준인 ‘사전동의 100명 이상’을 채우고도 글을 찾아볼 수 없자, 일각에선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비공개 상태의 청원을 보려면 연결주소(URL)를 직접 입력해야 한다. 청와대는 사전 동의 100명 이상을 받은 청원 글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절차를 거쳐 공개 여부를 판가름한다. 지난해 3월 청원 시스템 개편에 따른 것으로, 욕설·비방·중복 등 부적절한 청원 노출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후 전날 오후 해당 청원은 청와대의 검토 끝에 모두에게 공개됐다.

이 가운데 청원을 올린 ‘진인 조은산’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인천에 거주하면서 두 자녀를 키우는 30대 가장”이라고 소개했다.

“글과 관련된 일은 하지 않는 박봉의 월급쟁이”라는 청원인은 현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하고 있지만 오히려 과거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응원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했다.

또 “제가 가진 얕은 지식으로 현시대를 보고 문제점을 느꼈고 그 부분을 얘기했을 뿐”이라며 “제가 지지하지 않는 정권을 향한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제가 지지하는 정권의 옳고 그름을 따지며 쓴소리를 퍼부어 잘되길 바라는 게 제 꿈”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된 ‘치킨계의 다주택자 ○○○ 두 마리 치킨을 규제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린 장본인(?)이기도 했다. 다주택자를 ‘다(多)치킨자’로 빗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청원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청원에 언급된 특정 업체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 측에서도 청와대에 청원 비공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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