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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7일 서울시 영등포구청 홈페이지에는 여의도 국제금융특구 팀장을 공개모집하는 공고가 올라왔다. 일반임기제 6급직으로 근무실적 평가에 따라 최대 5년까지 연장계약 할 수 있다는 조건이다. 이달 19일부터 28일까지 응시자 원서를 접수한다.
국제금융특구팀장이 근무할 국제금융특구팀의 주요업무는 △국제금융특구 활성화와 금융도시 육성전략 계획 수립 △다국적 금융기업 유치 지원 △외국 투자유치 정착 등 주요업무계획 수립 △국제금융관련 행사지원 △그 밖에 금융도시조성 전반에 관한 시·유관기관 협조사항 등이다. 여의도 국제금융특구의 관리와 지원업무를 위해 신설한 팀이다.
일반적으로 특구 지정 시 특별시나 광역시, 시·군·도청 내 이를 담당하는 팀을 구성해 관리한다. 구청 단위에서 국제금융팀을 신설해 팀장을 외부 공모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파크원 등 대규모 오피스 공급증가로 공실이 우려되자 팀을 구성해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한다. 일각에서는 올해 초 ‘서울시정 4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여의도 개발 계획을 다시금 언급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원사격하기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제금융특구팀 신설…12년 만에 부활
영등포구청의 국제금융팀 구축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지난 2007년 국제금융팀을 신설해 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국제금융특구팀은 12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 셈이다.
12년이 지난 현재 당시 발표했던 개발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자 추가 개발계획과 관리를 위해 팀을 신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등포구청은 “국제금융특구 관리를 위해 올해 팀을 구성했다”며 “팀장을 포함해 3명이 해당 업무를 맡는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영등포구청 내 국제금융팀이 12년 만에 다시 부활한 것은 여의도 종합개발과 무관치 않다”며 “내년 파크원 개관과 MBC 옛 부지 개발 추진 등 관리·감독과 투자 유치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높아지는 공실률 우려…관리·감독 차원
부진한 부동산 시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글로벌부동산컨설팅회사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여의도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기준 15.5%다. 판교(1.1%)보다 10배 이상 높다.
강남권은 5.8%, 도심권(중구, 종로구)은 11.7%다. 파크원이 준공하고 사학연금회관, 여의도 우체국, MBC 사옥 등이 재건축을 완료하면 공실률은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개발프로젝트의 흥행 실패를 우려해 팀을 신설, 관리·감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여의도권역(YBD)은 강남권역(GBD)보다 공실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운용사를 비롯한 원매자가 투자에 신중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원순 서울플랜’ 지원사격
국제금융특구팀 신설은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채 구청장은 올해 초 낙후된 여의도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IFC와 파크원, 옛 MBC 본사 부지를 함께 개발 관리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추진할 ‘국제금융특구팀’을 신설했다고 언급했다.
내년 6월 개관 예정인 파크원에 대형백화점과 호텔, 오피스텔 공간이 들어서고 이르면 2022년까지 옛 MBC부지에 도서관과 각종 편의시설이 생기면 여의도의 국제금융과 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채 구청장의 이러한 개발계획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올해 초 발표한 ‘서울시정 4개년(2019~2022년) 계획’과 시기 등에서 맞아떨어진다. 박 시장은 연초 기자간담회에서 4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여의도·마포에 블록체인과 핀테크산업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박 시장의 정무보좌관을 역임한 채 구청장은 박 시장의 ‘복심’으로까지 평가받는다”며 “박 시장의 개발플랜을 현장에서 지원하기 위해 채 구청장이 나선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