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진, 부품회사로 전이 시작되나

부품업체 성우하이텍 신용등급하향..화신 전망은 '부정적'
현대차그룹 의존도 높을수록 실적 부진..신용등급 하향 압력 커져
  • 등록 2017-12-25 오전 11:08:02

    수정 2017-12-25 오후 2:05:03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부진이 본격적으로 자동차 부품회사로 전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기아차 자체부품 공급업체 중 매출규모 1위 업체인 성우하이텍의 신용등급이 하향되며 향후 신용등급 하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성우하이텍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하향했다. 신용평가사들이 성우하이텍의 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꾼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신용등급 하향이 단행된 것. 현재 한국기업평가도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하고 있어 조만간 모든 신용등급이 하향될 가능성도 크다.

신용평가사들은 성우하이텍 외에도 화신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고 주요 모니터링 대상 업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신용등급과 신용등급전망이 이처럼 부정적인 것은 현대자동차의 부진이 가장 큰 이유로 손꼽힌다. 특히 성우하이텍과 화신처럼 현대자동차그룹의존도가 80% 이상인 업체들의 경우 현대차그룹의 부진이 고스란히 이어진 상태다.

실제로 한국신용평가는 성우하이텍의 신용등급을 하향하며 주 거래처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납품단가 인하 등에 따른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을 이유로 들었다. 성우하이텍은 올 3월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 급감에 따른 중국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9월까지 영업이익률이 전년동기대비 절반 수준인 1.7%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은 성우하이텍의 향후 신용등급 방향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글로벌 판매실적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화신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화신의 현대·기아차 매출의존도가 90%를 넘어서고 있어 완성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실적 정체가 매출과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 관련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신용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는 조건(트리거)을 달아둔 상태다.

문제는 내년 역시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 업계의 업황이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입을 모아 내년 업황이 가장 안 좋은 산업 중 하나로 자동차를 꼽고 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끝난다 해도 완성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점유율 회복이나 실적 회복이 쉽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부진은 곧 부품 업체들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년에도 현대차그룹이 부진을 지속하면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신용등급과 신용등급전망 하향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이 자동차 업계 전반의 영업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부품업체의 경우 현대차그룹 매출의존도가 높거나 중국시장 비중이 큰 업체일수록 실적 저하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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