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나이 "해외서 빅뱅·방탄소년단과 함께 언급…신기하죠"

국립극장 '여우樂 페스티벌' 출연 퓨전 국악밴드
해외서 먼저 주목…SXSW·글래스톤베리 등 공연
올해 초 드럼·베이스 포함 5인조 밴드로 재편성
소리꾼 박민희·가수 한희정과 협업 무대 준비해
  • 등록 2017-07-07 오전 7:29:51

    수정 2017-07-13 오전 8:33:01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페스티발 뉘소노르에 출연한 잠비나이(사진=국립극장).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퓨전 국악밴드 잠비나이(이일우·김보미·심은용·최재혁·유병구)가 6개월여 만에 한국에서 다시 공연한다. 오는 7일부터 시작하는 국립극장의 ‘여우락(樂) 페스티벌’(이하 여우락)을 통해서다. ‘잠비나이 해즈 노 미닝(has no meaning)’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8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 선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잠비나이 멤버들을 만났다. 여우락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도 출연 제안이 있었지만 음악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제야 여우락에 서게 된 것에 이일우는 “국악계에서도 우리 같은 음악을 포용해줄 수 있게 된 것 같다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국악 전공자 주축…음악 갈증으로 출발

잠비나이는 피리·해금·가야금 등 국악기로 포스트 록(post rock) 음악을 하는 밴드다. 전통악기 고유의 장단과 선율에 메탈·펑크 등 강렬한 록 사운드를 녹여낸 이색적인 음악으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발표한 2집 앨범 ‘은서’는 영국의 음반 레이블 벨라 유니온을 통해 전 세계에 발매돼 화제를 모았다.

팀의 주축은 1982년생 동갑내기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 출신인 이일우(기타·피리·태평소),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이다. 세 사람은 10대 때부터 국악기를 배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이후 국악 전공자로 느낀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함께 연주를 시작한 것이 지금의 잠비나이에 이르렀다.

대중과 거리가 먼 국악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다. 이일우는 “사람들이 국악을 잘 안 듣다보니 팝송이나 클래식을 국악으로 연주하는 ‘이지리스닝’ 음악을 많이 하는데 그런 음악은 국악기가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러시아 공연을 본 뒤 기타도 따로 배웠다. 국악을 바탕으로 기존과 다른 음악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김보미, 심은용과 뜻을 모았다.

김보미는 “음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연습이라도 같이 해보자고 모였는데 공연에 설 기회가 하나 둘 생기면서 지금처럼 밴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팀 이름도 특별한 의미 없이 정했다. 김보미가 버스에서 우연히 떠올린 이름이었다. 이번 공연 제목이 ‘잠비나이 해즈 노 미닝’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일우는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잠비나이를 ‘여름에 내리는 비’라는 뜻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면서 “‘잠비나이’가 아무 뜻 없는 4개의 글자로 이뤄진 단어라는 걸 알리기 위해 공연 제목을 정했다”고 밝혔다.

퓨전 국악밴드 잠비나이이 주축인 심은용(왼쪽부터), 이일우, 김보미. 이들은 2017년부터 최재혁, 유병구를 정식 멤버로 추가해 5인조로 활동하고 있다(사진=국립극장).


△올해만 해외서 25회 공연

2010년 EP 앨범 ‘잠비나이’로 데뷔했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으로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3년 핀란드 ‘월드 빌리지 페스티벌’를 시작으로 해외 공연에 나섰다. 미국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영국 ‘글래스톤베리’, 프랑스 ‘헬페스트’ 등 유수의 음악 페스티벌에 출연했다. 올해도 해외에서 벌써 25회 공연을 가졌다.

3인조로 출발한 밴드는 2017년부터 5인조로 팀을 재편해 활동 중이다. 세션 멤버로 함께 활동해온 최재혁(드럼), 유병구(베이스)를 정식 멤버로 맞이했다. 호흡이 잘 맞는 두 사람을 세션 멤버로 굳이 나눌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서였다.

1975년생으로 팀의 맏형이 된 최재혁은 인디밴드 1세대로 불리는 델리 스파이스와 펑크 밴드 옐로우 몬스터즈에서 활동한 인디 신에서 뼈 굵은 드러머다. 최재혁은 “처음 잠비나이의 음악을 들었을 때 신기했다”면서 “국악 전공자들이라 박자를 다루는 방식도 기존 록 음악과 달라 많은 부분을 배우며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1989년생으로 팀의 막내인 유병구는 잠비나이의 오랜 팬이었다. 유병구는 “정식 멤버 제안을 받고 잠을 못 잘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해외 활동이 많은 만큼 잊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이 국악기 이름이 무엇인지 묻는 것은 기본이다. 최재혁은 “빅뱅·방탄소년단과 함께 잠비나이를 이야기하는 해외 관객도 많이 만났다”며 “어떻게 우리와 아이돌을 함께 좋아하게 된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해외 투어 도중 거문고가 부러지는 아찔한 사건도 있었다. 심은용은 “다행히 한국에서 악기를 빠르게 공수받아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잠비나이 2017년 여름 투어 포스터(사진=잠비나이 페이스북).


△“해외서 유명? 아직은 ‘점’ 같은 존재죠”

여우락의 콘셉트는 바로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업이다. 잠비나이는 소리꾼 박민희, 가수 한희정과 무대를 함께 꾸민다. 연주곡 중심으로 활동해온 잠비나이가 보컬과 함께 무대에 선 모습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심은용은 “잠비나이를 모르고 찾아오는 관객도 많을 것 같다”면서 “이런 음악도 있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공연을 즐겨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잠비나이는 여우락을 시작으로 여름 투어에 들어간다. 러시아·프랑스·포르투갈·영국을 거쳐 9월 9일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플랫폼창동61에서 마무리한다. 이후 가을에 다시 해외 공연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금 잠비나이의 꿈은 해외 못지않게 국내에서도 보다 많이 공연하는 것이다. 김보미는 “잠비나이가 한국의 아티스트가 해외에서 성과를 낸 이례적인 사례인 것은 분명하지만 해외를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도 우리는 ‘점’과 같은 존재”라며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꾸준히 활동해 계속해서 우리 음악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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