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여수엑스포는 축제다

  • 등록 2012-05-16 오전 10:20:00

    수정 2012-05-16 오전 10:2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6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여수세계박람회가 개막 이후 관객 수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는 소식에 실망하는 시선이 많다. 벌써부터 "흥행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조직위원회 측도 "개막일에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많이 찾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도 흥행을 걱정하는 눈치다. 지난 5년 동안 엑스포를 준비했던 여수 시민들도 "큰일났다"며 조바심을 내는 분위기다. 기다렸다는 듯이 엑스포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시각도 많다.

실제로 지난 12일 개장일에 엑스포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생각보다 관람객이 붐비지 않은 것을 보고 내심 놀라기는 했다. 일주일에 여섯 번 하는 프로야구도 연일 매진사례가 반복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아침부터 서너 시간 동안 인기있다는 전시관을 모두 둘러보니 일부를 제외한 전시관들은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부 기업관은 "하기 싫은 행사에 억지로 참여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성의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깨닫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시관 사이 사이 광장에서 펼쳐지는 세계 각국의 문화 공연들, 밤만 되면 밤하늘과 밤바다를 화려하게 수 놓는 '빅오쇼', 평소에 만나기 힘들었던 가수들의 공연 등을 보는 것만으로도 엑스포를 구경온 보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선선한 바닷 바람을 맞으면서 바다 건너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여수엑스포만의 자랑거리다.

물론 여수라는 지역이 남해안 끝자락에 위치해 KTX를 타더라도 3시간 반이나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간 큰 맘을 먹지 않으면 직접 방문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관람객들이 많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또 매일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최첨단 정보와 기술을 접하기 때문에 전시관에서 보이는 작품들이 식상해 보일 수도 있다.

30만명이 살고 있는 소도시에 관람객들이 모두 만족할만한 숙박시설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엑스포를 대비해 도로망을 대폭 확충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여수는 대부분 도로가 왕복 2~4차선에 불과한 소도시일 뿐이다.

각종 전시관을 바쁘게 다니면서 소위 '인증샷'을 찍을 목적으로 여수엑스포를 찾는다면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바닷바람을 맞고 생맥주 한잔을 마시면서 세계 각국의 문화공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표값 3만3000원이 결코 아깝지 않아 보인다.

간장게장, 회, 갓김치 등 여수가 자랑하는 맛집을 둘러보는 것은 보너스. 엑스포의 성공을 기원하는 여수시민들의 배려에 여수 시내는 평소보다 한산할 정도로 교통량이 많지 않다.

여수엑스포는 축제다. 엑스포가 진행되는 석달동안 한번쯤은 찾아가서 축제를 즐기는 것이 결코 시간과 돈 낭비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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