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위기의 중심에는 부동산 폭탄이 자리잡고 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건설회사는 뇌관에 해당한다. 폭탄의 뇌관을 서둘러 제거하지 않을 경우, 부동산 부실이 금융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은 2004년 은행대전을 시작한 이후 2005∼2006년 주택담보대출, 2006∼2007년 중소기업대출, 2008년 대기업 대출을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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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예금은행의 대출구성을 보면 가계대출이 45%, 기업대출이 55%로 구성돼 있다. 가계대출의 3분의 2가 주택대출이며, 기업대출의 25.9%(6월말 현재)가 건설부동산 대출이다.
문제는 중소기업 대출이다. 가계대출과 달리, 건설부동산 대출에는 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주택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예상 손실액 가운데 70%가 중소기업 부문에서 발생한다.
◇ 발등의 불 `부동산 PF`
은행들은 `건설PF 자율협약`을 통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회사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PF 자율협약`은 부동산 PF ABS와 ABCP의 만기를 1년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 올해 말부터 내년 4월까지 다시 만기가 도래한다.(아래 그래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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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10년`의 교훈
만약 정부가 부동산 경기 회복을 기대하면서 시간벌기식 임기응변만 고집한다면,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자, 부동산 대출 총량규제를 해제하는 방법으로 집값 폭락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하락은 계속됐고, 부동산 부실은 은행부실로 옮겨 붙었다.
결국 금융부실은 실물경제 침체로 확대되면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으로 대변되는 길고 긴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져버렸다.
철저한 부실처리와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뒤따라야 모럴 해저드를 방지하고 부실기업을 연명시키는 파국을 막을 수 있다는 게 바로 `잃어버린 10년`의 교훈이다.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이 부실기업 정리의 칼을 뽑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실의 단초를 제거하지 않을 경우, 건설업 부실이 은행으로 전이돼 동반부실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용등급 `BBB-` 이하 기업 중 실질부채비율이 높고, 미분양물량 과다로 운전자금 부담이 큰 기업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높은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불가피하다.
6월말 현재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은 12조 21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24%에 이른다. 연체율도 지난해 말 11.6%에서 올 3월 말 14.0%, 6월 말 14.3%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고 해서는 안된다"면서 "회생불가능한 기업들은 정리하고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