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최저시급`"…생계난 허덕이는 한국어 강사

강사 55.4%, ‘월 200만원 미만’ 소득
강사 10명 중 9명 "주변에 추천 안 해"
"한국도 다인종 문화…처우 개선 나서야"
  • 등록 2024-10-09 오전 10:26:38

    수정 2024-10-09 오후 7:21:23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강사 대다수가 저임금·고용불안·초단기노동 등에 시달리며 열악한 근무 환경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내 거주 외국인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한국어 강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에서 주민이 이웃을 대상으로 한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한국어교원 524명 대상으로 ‘노동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대상자의 10명 중 9명(88.1%)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한국어교원이 되는 것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고 한글날인 9일 밝혔다.

부정적 답변의 원인은 저임금을 비롯한 열악한 근로 조건이 꼽혔다. 조사에 응한 한국어교원 절반 이상인 55.4%는 월급이 200만 원 미만 근로 소득자였으며, 그중 15.65%는 한 달에 100만 원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에 근로자 중 92.7%는 ‘투잡’(겸업)을 하거나 가족 소득에 의존한다고 답했다. 한국어 강사 A씨는 “석사까지 마치고 10년 넘게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을 벌고 있다”면서 “인간으로서 참담한 기분이 들 때가 자주 있다”는 답변을 남겼다.

한국어 강사들은 임금뿐만 아니라 보험과 휴가 등 기본적인 근로 조건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강사 10명 중 7명은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사자의 93.4%는 ‘작년 1년간 연차휴가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한국어 강사 B씨는 “본인이 아픈 것은 물론이고 상을 당해도 예정된 기간 안에 보충을 통해 수업을 끝내야 한다”고 현실을 전했다.

고용 형태 역시 기간제 계약직이 절반 이상(59.9%)을 차지하며 안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계약직 중에서도 3개월 미만이라는 응답이 39.9%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10주 미만도 22.4%에 달했다.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이라고 응답한 이들은 23.3%에 불과했다.

한 한국어 교원은 “고학력 저임금 노동자로 살며 육아휴직, 국민연금 등 노동자의 권리를 누릴 수 없다”며 “학생들이 줄어들면 강의를 못 받을 수도 있고 방학에 무임금으로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어교원협회 준비위원회 이창용 위원장은 “이주배경인구가 늘면서 한국은 다인종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며 “사회통합에 한국어교육이 필수인 만큼 정부도 한국어 교원의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어 강사들은 ‘한국어 교원의 법률적 지위 마련과 정립’이 최우선 과제(51.9%)라고 답했다. 뒤이어 ‘시간당 강의료 인상’(44.0%), ‘정규직 전환 등 고용 안정’(41.6%), ‘주당 강의 시수 확대’(26.7%), ‘강의 외 노동 시간 임금 지급’(22.3%) 등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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