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연준이 공언한 긴축 강도는 예상보다는 약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75bp 인상 가능성을 두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폴 볼커 전 의장과 같은 극단적인 긴축 없이 연착륙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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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50bp 인상한 미 연준
연준은 3~4일(현지시간) 이틀간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금리를 0.75~1.00%로 50b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한 번에 50bp 올린 것은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이른바 ‘닷컴 버블’을 잡고자 실시했던 돈줄 조이기에 버금가는 조치인 셈이다.
이는 월가가 전망했던 그대로다.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국면이 1970~80년대 오일쇼크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만큼 한 번에 50bp를 올리는 ‘빅스텝’ 관측이 많았다.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6% 상승했다. 1982년 1월(6.9%) 이후 40년2개월 만의 최고치다. PCE 물가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할 때 참고하는 지표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 폭(전년 동월 대비)은 8.5%에 달했다.
이번 QT는 이전 2017~2019년 때보다 가파르다. 당시 2년 넘는 기간 동안 축소한 규모는 8000억달러 가량이다. 월 상한선은 최대 500억달러였다.
연준이 이처럼 급격한 긴축에 나서는 건 물가 흐름이 심상치 않은 탓이다. 연준은 통화정책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 위험에 매우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 역시 기자회견을 열자마자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며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품 가격의 급격한 상승이 경제 전반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파월 “75bp 인상 적극 검토 안해”
파월 의장은 그러면서 추가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추후 몇 차례 회의(the next couple of meetings)에서 50bp 추가 인상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게 FOMC의 대체적인 생각”이라며 “금리를 보다 정상적인 수준으로 빠르게 이동시키는 길을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적어도 △6월 14~15일 △7월 26~27일 예정된 회의 때는 50bp를 올릴 것이라는 뜻이다. 그의 언급은 상황에 따라 △9월 20~21일 △11월 1~2일 △12월 13~14일 회의 때도 큰 폭의 긴축이 있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현재 미국 경제는 강하고 긴축 정책을 다루기 좋은 위치에 있다”며 “우리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외환거래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시장분석가는 “(한 번에 75bp 이상 금리를 올리는) 볼커식(式) 인상 선택지는 제거할 수 있다는 파월 의장의 자신감이 부각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는 “파월 의장이 최근 들어 시장에 매파 신호를 보내지 않은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에 뉴욕 증시는 3% 안팎 폭등하며 안도 랠리를 펼쳤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19% 뛰었다. 보케 캐피털의 킴 포레스트 설립자는 “(파월 의장의 언급은) 시장의 일부 공포감을 떨쳐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다만 물가 연착륙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관측 역시 많다. 노무라는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75bp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월가 금융사의 채권 어드바이저는 “임금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CPI 상승률이 (3월에 기록했던) 8.5% 이상으로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