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먹]봄바람 쐬며 '레몬그라스 밀맥주'냐 '피치 에일'이냐

⑬ 오비맥주 '호가든 보타닉' & 카브루 '구미호 피치에일'
  • 등록 2021-04-10 오후 3:29:18

    수정 2021-04-10 오후 3:38:27

오비맥주 신제품 ‘호가든 보타닉’(왼쪽)과 카브루 ‘구미호 피치 에일’(오른쪽)을 비교 시음해봤다.(사진=김범준 기자)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꽃도 만개한 완연한 봄이다. 이번 주말엔 비소식도 없어 좋은 봄 날씨를 마음껏 즐길 수 있겠다. 밀린 집안일을 하고 창문을 열어 봄바람을 쐬거나, 한강공원 등 동네 공원으로 마실 나갈 때 시원한 맥주 한 캔 곁들이면 더욱 기분이 난다.

겸사 오비(OB)맥주가 며칠 전 새로 출시했다는 호가든 신제품 라인 ‘호가든 보타닉(Hoegaarden Botanic)’을 시음해보기로 했다. 왠지 한 캔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그간 벼르던 수제맥주 카브루(KABREW)의 ‘구미호 피치 에일(Peach Ale)’도 함께 집어본다. 둘 다 과일 또는 허브향이 향긋하면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맥주다.

오비맥주 신제품 ‘호가든 보타닉’(왼쪽)과 카브루 ‘구미호 피치 에일’.(사진=김범준 기자)
먼저 ‘호가든 보타닉’은 오비맥주가 호가든 글로벌팀과 제품기획 및 레시피 개발을 진행하고 한국 시장에 최초로 선보이는 신제품이다. 일상 속 여유로움을 전하는 브랜드 철학을 담아 은은한 허브를 사용했다.

보타닉 라인 중 이번에 가장 먼저 시판한 제품은 ‘호가든 보타닉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다. 우선 알코올 함량이 ‘2.5%’인 것이 눈에 확 들어온다. 호가든 오리지널(4.9도) 또는 테라(4.6도)·카스(4.5도) 등 주요 맥주들에 비해 훨씬 낮은 저도주다.

패키지 디자인은 연보라색을 강조했다. 봄을 깨우는 꽃에서 영감을 받아 올해 팬톤 봄·여름 트렌드 컬러를 활용했다. 레몬그라스와 꽃, 시트러스 제스트 일러스트는 화사한 봄날의 이미지를 담았다.

‘호가든 보타닉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를 유리잔에 갓 따른 모습. 맥주 빛깔은 밝고 거품은 부드럽게 풍성 쫀득하다. 맛있겠다.(사진=김범준 기자)
캔을 따니 상쾌한 레몬과 시트러스 향이 확 퍼지면서 릴렉스한 기분이 든다. 유리잔에 따르니 음료 색깔도 거의 레모네이드 수준처럼 밝았다. 대신 맥주 거품은 풍성하고 쫀쫀하게 오래 머물고 있었다.

한 모금 마시니 패키지 디자인과 향에서 느껴진대로 상큼하면서도 단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갔다. 레몬그라스와 시트러스 제스트의 천연 향료가 더해진 산뜻한 밀맥주의 맛이다. 실제 레몬그라스 추출액과 오렌지껍질 등이 함유됐다.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자면, 오리지널 호가든 밀맥주에 레모네이드 음료수를 탄 맛이다.

역시 알코올 2.5도 저도주 맥주라 500ml 한 캔을 다 마셔도 부담이 없다. 주량에 따라 개인적 차이는 있겠지만, 기자에겐 한 캔으론 술 마셨다는 취기 보다는 기분이 조금 업 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과 같이 날씨 좋은 날 한강 바람 쐬며 가벼운 낮술용으로 좋겠다는 생각이다.

‘구미호 피치 에일’을 유리잔에 갓 따른 모습. 맥주 빛깔은 진한 편이고 거품은 톡쏘며 금방 사라진다. 역시 맛있겠다.(사진=김범준 기자)
‘구미호’는 수제맥주업체 카브루의 편의점 판매용 캔맥주 브랜드다. 현재 ‘구미호 피치 에일’, ‘구미호 릴렉스 비어’, ‘구미호 IPA’ 등 3종의 라인업을 갖췄다.

이 중 ‘구미호 릴렉스 비어’가 레몬그라스를 베이스로 하는 맥주다. ‘호가든 보타닉 레몬그라스 & 시트러스 제스트’와 맛이 비슷할 것 같아 차라리 조금 다른 느낌의 ‘구미호 피치 에일’을 골랐다.

구미호 피치 에일은 복숭아 농축 과즙이 함유된 에일 맥주다. 핑크 컬러 디자인의 캔을 따면 복숭아의 달콤한 향기가 올라오는데, 맛은 첫인상과 다르게 달지 않다. 컵에 따르면 맥주 색은 진한 편이고, 거품은 가볍게 생겼다가 금방 사라진다.

마셔보니 복숭아 향이 입안 가득 퍼지고 목넘김도 부드럽지만 뒷맛과 잔향은 쌉싸름하다. 아무래도 종류 자체가 에일 맥주다보니 고유의 풍미가 쎄고 쓴맛이 진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밀맥주 혹은 청량한 라거 맥주와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알코올 함량도 4.5도로 저도수 맥주는 아니다. 통상 도수가 센 다른 에일 또는 IPA 맥주에 비해서는 낮지만, 테라(4.6도)·카스(4.5도) 등 시중에 일반적인 라거 맥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다 보니 500ml 한 캔을 다 마시면 ‘아, 맥주를 마셨구나’ 하는 알딸딸한 느낌이 든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다.

술은 본인 주량껏 적당히 즐길 정도로만 마시자. 저도수 맥주라고 가볍게 생각해 음주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오늘처럼 좋은 날씨엔 잠시 차 키를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걷는 것은 어떨까. 시음을 핑계로 산들바람과 함께 여유로운 낮술을 즐기니 한 주간의 스트레스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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