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최대주주 단기 주식처분 제한…먹튀 막을까

삼원테크·미래SCI 등 최대주주 변경 후 보호예수 1년
투자조합 등 단기 주가차익 노리는 투자세력 제한 조치
조합 해산, 주담대 등은 무방비…투자자 반발 우려도
  • 등록 2018-05-17 오전 8:08:48

    수정 2018-05-17 오전 8:08:48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보기술(IT) 용역업체인 코스닥 A사. 2016년 초 상장한 이 기업은 첫 최대주주의 보호예수가 풀린 후 얼마 되지 않은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무려 5차례 주인이 바뀌었다. 자본금 2억원대의 신생법인이 여러 차례 최대주주를 거치면서 회사는 내홍에 시달렸다. 상장 이전 영업이익은 170억원대였지만 상장 직후인 지난해는 6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한때 1만5000원선에 근접했던 주가는 3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코스닥 상장사가 최대주주의 잦은 손 바뀜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주가가 안정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4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상장 규정을 개정, 실체가 불분명한 최대주주는 1년간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짧은 기간 기업 주가를 올린 후 보유 주식을 처분하는 일명 ‘먹튀’ 투자 세력을 제한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투자조합이 최대주주? 보호예수 의무 1년

실제로 상장 규정 개정 후 3개 상장사가 보호예수 1년 이행을 공시했고, 주가가 반응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원테크(073640)미래SCI(028040)는 지난 15일 최대주주가 각각 블루밍홀딩스, 하버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들 기업은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최대주주 등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한 보호예수 1년을 이행할 예정이 확인됐다’는 내용을 추가로 공시했다. 1년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는 말이다. 앞서 3일 인트로메딕(150840)도 같은 내용의 공시를 했다. 삼원테크는 이후 주가가 1300원대에서 1800원대로 상승했고, 미래SCI도 한달 새 5000원대에서 7000원대로 올랐다.

보호예수는 통상 증시에 상장하거나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보유할 때 경영 안정 차원에서 일정 기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식 양수도를 통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보호예수가 필요 없었지만 지난달부터 일부 대상으로 1년의 의무가 주어졌다. 보호예수 대상 조합·법인은 특별법(중소기업창업 지원법 등)상 근거가 없거나 실제 영업활동이 없는 곳이다.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한계 기업을 사들여 주가를 띄운 후 차익을 거두는 투자조합이나 페이퍼컴퍼니 형태 특수목적법인(SPC)의 먹튀 행위는 그간 코스닥시장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해 투자조합 설립 근거를 공개하고 주요 정보와 재무사항을 기재하는 등 공시 의무를 강화한 바 있다. 이번에는 보유 주식 자체에 보호예수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단기간 주가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세력에게 ‘족쇄’를 단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최근 코스닥에서 호재성 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올리고 몇 달 만에 주식을 처분하는 투자조합 형태의 최대주주가 많았다”며 “이번 상장 규정 개선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투자조합 불공정거래 대응 방안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건전한 M&A 시장 기대…제도 보완은 필요

정부의 불공정 행위 근절 의지로 증시에서 투자조합의 무자본 M&A는 주춤한 상태다. 2015년 9건에서 2016년 33건까지 증가했으나 작년 16건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금융당국은 보호예수 의무 부과를 통해 중장기 기업가치 개선을 도모하는 형태의 건전한 M&A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완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대주주에 오른 투자조합이 해산할 경우 대응 방안이 마땅치가 않다는 것이다. 현재 투자조합은 많게는 수십명의 개인 투자자들이 구성한 형태다. 설립 목적인 차익 실현이 이뤄지면 해산하는 것이 보통이다.

현재 상장 규정은 조합 해산 시 대응은 없다. 보호예수 의무가 부과되더라도 일단 조합이 해산했을 때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까지 막지는 못하는 것이다. 일반 주주 입장에서는 조합이 해산하고 난 후 뿔뿔이 흩어지는 투자자들의 행적을 추적할 수도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바뀔 수는 있지만 조합이 해산하더라도 해당 주식에 대한 보호예수 1년 의무 조치는 유효하다”며 “조합 입장에서도 바뀐 제도에서 단기간 해산을 염두에 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자본 M&A 또한 근본적으로 막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현재 조합의 M&A 형태를 보면 외부 자금을 빌려 주식 양수도 계약을 맺은 후 보유 주식의 담보 대출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1년간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더라도 주식담보대출을 받으면 자금 조달이 가능한 것이다. 투자조합이나 SPC의 재산권 침해 논란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기업을 회생시켜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한다면 1년 내 주식을 팔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인의 경우 매출액 증빙 등을 통해 실제 영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보호예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비상계엄령'
  • 김고은 '숏컷 어떤가요?'
  • 청룡 여신들
  • "으아악!"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