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지난해 국내 드론시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대중화가 꽃 핀 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민수용 드론시장 규모는 업계 추산 약 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900% 증가했다. 온라인 유통전문기업 이베이에 따르면 지난해 이베이에서 판매된 민수용 드론은 전년 대비 819% 증가했다.
드론의 인기는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드론 돌풍을 몰고 온 주역은 바로 중국 드론업체 DJI다. DJI는 ‘시각의 확대’라는 모토를 가지고 안정된 운항을 하면서 고화질 영상촬영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드론 대중화를 선도했다. 현재 세계 민수용 드론시장의 70%를 DJI가 차지하고 있다.
송용규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는 “IT(정보기술) 강국이면서 신기술에 대한 흡수력이 빠른 한국인들에게 드론의 등장은 스마트폰 이후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며 한국인들이 드론에 빠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 베스트 5 드론 비교 표. 자료=각 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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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를 모은 드론은 무엇일까. 드론 유통업체
제이씨현시스템(033320) 등 업계가 추산한 국내 ‘베스트 5’ 중 1위는 압도적으로 팬텀3였다. 제이씨현시스템 관계자는 “팬텀3는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민수용 드론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팬텀3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론으로 손꼽힌다. DJI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말할 수 없지만 DJI 매출액의 60% 이상을 팬텀3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단일 모델로는 세계 최고 드론으로 평가된다.
| DJI의 팬텀3. 사진=DJ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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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3의 가장 큰 장점은 GPS(위성항법장치) 자동제어시스템을 갖춰 특별한 조종이 필요 없이 호버링(공중에서 정지)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바닥패턴 인식센서가 있어 GPS가 실행이 안되는 공간에서도 안정적인 호버링을 할 수 있다. 장거리에는 부적합하지만 블루투스를 통해 최대 2km까지 실시간 영상송신이 가능한 것도 팬텀3의 매력으로 꼽을 수 있다.
| 시마의 ‘X8’. 사진=시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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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이 매출액 기준 세계 최고라고 한다면 판매량으로 팬텀을 압도하는 드론이 있다. 바로 중국 저가 드론전문업체 시마의 ‘X8’이다. X8이 ‘짝퉁 팬텀’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큰 인기를 끈 가장 큰 이유는 팬텀의 20분의 1에 불과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가격비교 전문업체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시마의 시장점유율은 판매량 기준 73%에 달한다. 팬텀3의 경우 프로페셔널 기준 210만원이지만 X8은 10만원이다. 이 때문에 ‘입문용 드론’으로 불리며 드론을 막 접한 초보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 DJI의 팬텀2. 사진=DJ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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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현재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 DJI의 ‘팬텀2’다. 팬텀3 이전 모델인 팬텀2는 DJI를 대중에게 알린 기체라고 말할 수 있다. 팬텀3에 비해 통신·비행 안전성이 조금씩 떨어진다. 호버링을 했을 때 그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데 공중에 안정적으로 정지해 있는 팬텀3와 달리 팬텀2는 조금씩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어느 정도 적당한 가격과 기능성을 갖춘 드론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는 모델이다.
| DJI의 ‘인스파이어’. 사진=DJ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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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역시 DJI의 ‘인스파이어’다. 인스파이어는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드론 중에서는 최고가(패키지 포함 440만원)에 해당한다. 가수 김동완 씨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선보이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팬텀 시리즈에 비해 무거운 인스파이어는 그만큼 바람에 저항에도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속 79km에 달하는 빠른 속도는 운항의 재미를 더한다. 조종 난이도는 팬텀 시리즈와 비슷한 수준이다.
운항 시 카메라 렌즈에 걸리는 다리가 위로 올라가 항공촬영에 최적화되도록 제작됐다. 무엇보다 인스파이어의 가장 큰 매력은 외관에 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불가사리형 기체가 아닌 미래 항공기를 떠오르게 하는 날씬한 바디는 누구든 눈이 가게 만든다. 더욱이 하늘로 떠오르면서 다리가 위로 올라가는 모습은 마치 변신로봇을 떠오르게 한다.
| 바이로봇의 ‘드론파이터’. 사진=바이드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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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네 가지 드론 모델이 국내 민수용 드론시장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다. 완전히 중국 제품에 잠식당한 상황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시장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토종 브랜드 제품이 있다. 바이드론의 ‘드론파이터’다. 손바닥 정도 크기의 드론파이터는 PC용 시뮬레이터를 통해 사전에 조종연습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배틀비행 게임은 드론파이터만이 가지고 있는 재미 요소 중 하나다. 내구력이 강해 웬만한 충격에도 망가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 국내 드론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업계는 올해는 농업용 드론과 레이싱 드론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드론 전문업체 에어콤의 김종열 대표는 “농약 살포에 사용되던 RC(리모트컨트롤) 헬기를 드론이 완전히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또한 역동적인 스포츠를 좋아하는 한국인 특성상 레이싱 드론 시장이 크게 활성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