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설립된 네이버의 스타트업 투자팀(엑셀러레이터) ‘네이버 D2SF’를 이끌고 있는 양상환 센터장은 “크라우드웍스의 기업가치가 약 20억원이었던 아주 초기 단계에서 만나 투자 결정을 내리는 데 일주일이 걸렸고, 투자금 납입은 2~3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크라우드웍스는 네이버에 필요한 기술을 갖추고 있었고, 네이버 AI 엔지니어들이 제품 설계 과정부터 함께 참여해 개발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크라우드웍스는 네이버의 투자 후 6년 만인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으며, D2SF가 투자한 첫 상장 사례로 기록됐다. 현재 크라우드웍스의 시가총액은 540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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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환 센터장은 11일 서울 강남 네이버 D2SF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D2SF는 재무적 투자자와 달리 스타트업의 기술과 네이버가 협력하여 함께 성장하는 ‘전략적 투자’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벤처캐피탈(VC) 등은 스타트업에 투자한 후 상장 등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데 목적을 두지만, D2SF는 네이버의 자본금으로 투자하고, 네이버의 기술과 서비스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D2SF의 설립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양 센터장은 “네이버는 기술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좋은 개발자를 찾았고, 그런 개발자들이 스타트업에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지를 고민하면서 스타트업 투자, 성장 지원, 그리고 이들과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3단 문법’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크라우드웍스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업체 ‘클로봇’의 이달 말 상장과 내년에도 투자한 업체의 상장이 예정돼 있다. 특히, 상장 후에도 엑시트하지 않는 점이 D2SF의 또 다른 특징이다.
양 센터장은 “스타트업에 투자한 후 평균적으로 1년 반이 지나면 기업가치가 5배 성장하고, 생존율도 97%에 달한다”며 “투자한 스타트업에는 1년간 무상으로 공간을 제공하고 디자인 지원을 하며,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통해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 스타트업들은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다룰 수 있다.
현재 D2SF는 110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그 중 64%가 네이버가 첫 기관투자가로 참여한 초기 투자다. 초기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패 위험이 있음에도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는 이유는 네이버 내 로봇, AI, 디지털 트윈 등의 기술 전문가들이 스타트업의 기술을 검증하고 네이버와의 협력 가능성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D2SF는 설립 초기부터 AI를 중요하게 고려하여 투자 비중의 44%가 AI에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사람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인식해 AI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하는 기술을 가진 ‘플라스크 모션(Plask Motion)’에도 투자하고 있다. 양 센터장은 “AI 칩부터 데이터와 프레임워크, 앱 등 AI 생태계 전반에 투자하고 있다”며 “한쪽에만 투자해선 전체 생태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D2SF는 초반에 투자의 80%를 네이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집중했으나, 최근에는 약 3분의 2가 네이버 사업과 무관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양 센터장은 “처음에는 단기적으로 네이버와 시너지를 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지만, ‘우리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에 네이버와 관련 없는 ‘아웃라이어(outlier)’ 분야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투자는 2~3년 후 시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협력 포인트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니콘 신화에서 벗어나야 韓 스타트업 큰다”
양상환 센터장은 한국 스타트업 시장의 성장에 있어 ‘유니콘의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배달의 민족, 마켓컬리 등 국내 유니콘 기업들은 주로 B2C 및 플랫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B2B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스타트업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는 “정부는 몇 년 안에 유니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1000억원 규모의 기업이 100개, 1,000개 나오는 것이 다양성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유니콘이 아니면 스타트업이 실패한 것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스타트업의 성공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많은 작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 투자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되지만, 이는 건강한 구조조정 과정이라는 것이 양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는 “연간 1000~1500개의 스타트업을 검토하고, 많을 때는 20곳에 투자하지만, 올해는 이미 1700개를 살펴봤으나 투자할 만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며 “지금은 성장통을 겪고 있는 시기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정상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팬데믹 이전에 스타트업으로 대거 투자금이 이동하면서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형성됐으나, 최근 자금이 빠지면서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 센터장은 또한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국내 내수 시장만 보지 말고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미국 등 해외 사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