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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트랜션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샤오 융후이가 돌연 체포돼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트랜션도 통보를 받고 나서야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트랜션은 지난 13일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서류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지역 감독위원회로부터 담보(압류) 및 소송 제기에 대한 통지를 받았다”며 샤오 CFO가 당국 조사의 일환으로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는 현재 조사 진행 상황이나 결론을 알지 못한다”며 샤오 CFO가 조사를 받는 이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았았다.
FT는 퀄컴이 지난 7월 유럽과 중국에서 트랜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및 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 샤오 CFO의 구금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퀄컴은 트랜션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즉 정당한 이용료를 내지 않고 자사의 여러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필립스도 퀄컴과 같은 사안으로 올해 1월 인도에서 트랜션을 제소했다. 노키아 역시 특허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트랜션을 압박하며 라이선스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트랜션은 나이지리아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해 ‘아프리카의 제왕’으로도 불린다.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이 48%에 달한다. 이후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인테크노(Tecno), 아이텔(Itel), 인피닉스(Infinix)를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는 신흥 시장을 공략하며 성장해 왔다.
아프리카에선 나이지리아 외에도 케냐·탄자니아·에티오피아, 남아시아의 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 남미의 브라질·콜롬비아 등이 주요 시장이며, 전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최근 1년 동안의 매출은 718억위안으로 전년대비 48% 급증했다.
FT와 SCMP는 “삼성전자나 애플 등의 영향력이 적은 국가들을 공략하는 포지셔닝 덕분에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견고한 성장을 유지했다”며 “평균 스마트폰 가격이 110~120달러로 애플(900달러)보다 월등히 저렴한 것도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트랜션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9490만대로 전년대비 30.8%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8.3%로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트랜션의 올해 2분기 출하량 역시 2550만대로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비보의 뒤를 이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억대를 출하할 것으로 옴디아는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특허침해 소송이 제기돼 발목이 잡힐 위험에 놓인 것이다. 앞서 중국의 또다른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오포가 2022년 노키아와의 유사한 분쟁에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 노키아가 판매 금지 신청으로 오포는 독일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오포는 현재 노키아와 모든 법적 분쟁을 종료하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조차 에릭슨과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패배한 뒤 콜롬비아에서 아이폰 판매가 금지된 만큼, 트랜션 역시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카운터포인트의 왕양 애널리스트는 “트랜션의 강점은 저렴한 가격인데, 라이선스 계약에 합의하면 경쟁사보다 가격을 낮추는 게 어려워질 수 있다”며 “아프리카 외부에서의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