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하고 딴소리”…직장인 10명 중 2명은 입사 후 계약조건 바뀌어

채용사기, 비정규직 5명 중 1명 경험
근로계약서 안 쓰거나 임금명세서 안 주기도
"30인 미만 기업에도 채용절차법 적용해야"
  • 등록 2024-02-12 오후 12:00:00

    수정 2024-02-12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직장인 10명 중 2명(17.4%)‘은 입사 전에 제안받은 조건과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비율은 비정규직 노동자일수록 높았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작성 후 계약서를 받지 못한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입사 및 계약 경험’을 설문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17.4%는 ‘입사 전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고 12일 밝혔다. 직장인 10명 중 1명(10.1%)은 입사 후 근로계약서 대신 프리랜서 근무나 도급·위탁·위무위(수탁) 계약을 요구받기도 했다. 비정규직은 5명 중 1명(20.8%)이 비근로계약서 서명을 요구받아 정규직(3%)보다 채용 사기에 더 취약했다.

직장갑질119는 입사 전 제안받은 조건과 실제 근로환경이 다른 ‘채용사기’를 겪고 있는 직장인이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

실제로 직장인 A씨는 지난해 10월 “면접을 본 뒤 팀장에게 예상 연봉을 안내받았지만 입사 후 사측은 근로계약서 쓰기를 차일피일 미뤘다”며 “급여일이 되어서야 처음에 구두계약한 내용과 다른 연봉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 말한 내용과 다르다며 항의했지만 억울하면 고소하라는 황당한 대답만 돌아왔다”고 하소연했다.

A씨의 회사처럼 입사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곳은 적잖았다. 응답자의 16.8%는 입사가 결정된 이후에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11%는 ‘작성했지만 교부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는 사업장의 의무지만 직장 규모가 작을수록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2곳 중 1곳(42.1%)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임금명세서 미공개도 마찬가지였다. 근로기준법 제48조 2항에 따라 2021년 11월 19일부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때 반드시 임금명세서를 교부해야 한다. 하지만 직장인 5명 중 1명(23.8%)은 입사 후 임금명세서를 받지 못했다. 이 비율은 5인 미만 사업장(53.6%)과 비정규직(42.8%) 노동자일수록 높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고용 형태와 사업체 규모에 따라 피해 정도에 차이가 있다며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을 확대 적용하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단체 관계자는 “채용절차법은 채용공고 전 단계부터 채용확정 후 단계까지의 절차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작은 사업장과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에도 노동관계법을 전면 적용하고 정부의 감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준형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채용절차법을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지 않아야 할 어떠한 이유도 없다”며 “무법지대에 놓인 사업장에서도 노동자가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는 하루빨리 보완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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