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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 불교행사 연등회(국가무형문화재 제122호)가 지난 16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화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연등회가 시대를 지나며 바뀌어 포용성으로 경계를 넘어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는 점, 사회적 경계를 일시적으로 허물고 기쁨을 나누고 위기를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불교 행사인 연등회는 어떻게 오늘날 세계인들이 즐기는 축제로 발전할 수 있었던 걸까. 전문가들은 화합, 배려 등 불교의 핵심적 메시지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상미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 위원은 “형형색색의 등을 든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화려한 축제지만 운영에 있어 절제와 약자를 위한 배려가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상희 연등보존위원회 전문위원은 “연등회에서는 모두가 공동체로 함께하며 하하호호 웃는 것을 최우선의 목표로 한다”며 “이것이 곧 불교의 기본 정신이고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이때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연등회를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호기 놀이’가 유행했는데 아이들은 연등회를 앞두고 종이를 오려 장대에 붙여 깃발을 만들고 물고기 껍질을 벗겨 북을 만든 뒤, 깃발을 앞세우고 북을 두드리면서 마을과 거리를 몰려다니며 연등 비용을 보태달라고 외쳤다. 이렇게 쌀과 베를 얻어다가 연등회 비용으로 썼다. 박상희 전문위원은 “한국판 핼러윈인 셈”이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정책으로 국가가 주관하는 연등회는 중지됐지만 규모가 줄진 않았다. 민간에서는 민속행사로 남아 세시풍속으로 전승됐다. 집집마다 장대를 높이 세우고 자녀의 수대로 등을 밝혔고, 거리 곳곳에 형형색색의 등을 달았다.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고민하면서 연등행렬을 비롯해 불교문화마당, 어울림마당, 회향한마당 등 다양한 행사가 추가됐다. 박상희 전문위원은 “연등회가 이제는 봄철 대표적 축제로 자리잡았다”며 “어떤 사람들은 6개월 전부터 연등회를 준비한다고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연등회는 크고 화려하기보단 누구나 편안하게 와서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