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자! 경기북부]조선왕릉, 여백·여유 담은 숲길을 품다

조선의 아홉왕이 잠든 구리 동구릉
산책에 안성맞춤 남양주 사릉·홍유릉
  • 등록 2020-12-12 오전 10:11:53

    수정 2020-12-12 오전 10:11:53

[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조선왕릉은 조선의 오백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부터 1910년 국권을 일본에 빼앗긴 순종의 유릉까지 44기의 왕릉에는 찬란한 역사 만큼 아름다운 숲이 조성돼 있다.

고요함이 흐르는 숲은 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하고 코끝에 와 닿는 솔향은 무척이나 상쾌하다. 청량한 산새 소리와 영롱하게 빛나는 햇살도 발걸음을 기분 좋게 한다.

경기관광공사는 거리두기를 지키며 편안한 산책을 할 수 있는 경기북부지역의 조선왕릉을 소개했다.

동구릉.(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조선의 아홉 왕이 잠들어 있는 구리 동구릉

동구릉은 ‘도성 동쪽에 있는 아홉 개의 능’이란 의미로 조선왕릉 중 가장 규모가 크다.

태조가 죽은 뒤 태종은 한양 가까운 곳에 후손들이 묻힐 좋은 땅을 찾다 하륜에 의해 이곳을 능역으로 정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태조의 능인 건원릉을 비롯해 현릉(문종과 비 현덕왕후), 목릉(선조와 비 의인왕후, 계비 인목왕후), 휘릉(인조의 계비 장렬왕후), 숭릉(현종과 비 명성왕후), 혜릉(경종의 비 단의왕후), 원릉(영조와 비 정순왕후),수릉(순조의 세자인 추존왕 익종과 비 신정왕후), 경릉(현종과 비 효현왕후, 계비 효정왕후) 등의 왕릉이 있다.

능이 생길 때마다 동오릉, 동칠릉이라 불리다가 철종 6년(1855) 수릉이 옮겨진 이후 동구릉으로 굳어졌다.

건원릉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연결되는 산책로는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대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다.

아름드리 갈참나무와 잘 생긴 적송은 흙길과 함께 오랜 세월 왕릉을 지켜낸 왕의 신하들 같다. 아홉 개의 능을 연결하는 숲길을 따라 돌며 조선의 왕들과 만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높게 자란 갈참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들어와 천천히 걷다보면 마음껏 계절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사릉.(사진=경기관광공사 제공)
사색하기 안성맞춤 아름다운 숲길 남양주 사릉·홍유릉

남양주는 사릉과 홍유릉, 두 곳의 조선왕릉을 품고 있다.

사릉은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잠들어 있는 곳으로 단종을 평생 그리워하며 살았다고해 ‘생각할 사(思)’자를 써서 사릉으로 이름지어 졌다.

사릉의 매력은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라는 점이다. 평탄한 황톳길 따라 걷는 소나무 숲길은 편안하면서도 아름다운데다 방문객이 적어 나만의 시간을 온전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

숲길과 이어지는 뒷산은 남녀노소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어 한적하고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능역에는 궁과 능에 필요한 나무를 기르는 양묘사업소 묘포장이 있어 등나무와 까실 쑥부쟁이 꽃 등 전통 수종의 식물을 볼 수 있다.

사릉에서 약 2㎞ 떨어진 곳에 홍유릉이 있다.

홍릉에는 고종태황제과 명성태황후, 유릉에는 순종효황제과 순명효황후, 순정효왕후가 잠들어 있다. 대한제국의 황릉이기 때문에 조선왕릉과 석물의 위치와 종류, 숫자가 다르다. 정자각 대신 침전이 자리하는 것도 차이가 있다.

입구에서 홍릉 가는 길 중간에 소나무와 둥근 연지가 고즈넉하고 멋스러운 풍경을 자아낸다. 홍릉 비각 뒤쪽으로는 영원, 회인원, 덕혜옹주 묘, 의친왕 묘로 향하는 길과 이어진다. 도심에서 가깝고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꽃과 나무가 있어 아이들과 소풍 겸 나들이하기 좋은 여행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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